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 물가관리 목표치(2.0%)를 밑도는 1.6%까지 하락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치솟은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지난해 1월부터 올 8월까지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해왔다.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 낮춰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준금리 인하는 2020년 5월(연 0.75%→0.5%) 이후 4년5개월 만이다. 2021년 8월 0.25%포인트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긴축 기조가 3년2개월 만에 마무리되는 것이다.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6%까지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2월 1.4%를 기록한 후 3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이 1%대로 하락한 것은 2021년 3월(1.9%) 후 3년6개월 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만 보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충분한 시기”라고 밝혔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도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진작에 낮췄어야 했다는 실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에 나서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도 생겼다. Fed가 지난달 18일 금리를 종전 연 5.25~5.5%에서 4.75~5.0%로 낮추면서 한·미 금리 차는 역대 최고치였던 2%포인트(한국 3.5%·미국 5.5%, 상단 기준)에서 1.5%포인트로 축소됐다.

기준금리 인하가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도 상당수 금통위원은 부동산 시장 불안 문제를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대출과 수도권 집값 상승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에 피벗을 11월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