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단지' 헬리오시티보다…두배 넘게 팔린 '이곳' 왜?
활기 띠는 서울 분양권 거래 시장
‘얼죽신’·청약열기 등 맞물린 결과
‘롯데캐슬이스트폴’ 거래량 63건
‘래미안라그란데’도 40건 손바뀜

‘억소리’ 나는 프리미엄…‘손피’ 거래도
하반기 분양권 거래 ‘큰장’ 열린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된다. 통상 준공 5년 이내 아파트는 신축 범주에 속한다. 진정한 ‘새 아파트’는 신규 분양 단지다. 하지만 서울 인기 아파트의 경우 청약 당첨 확률이 ‘바늘구멍’이다.

서울 분양권 거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 높은 청약 경쟁률, 서울 집값 상승세 등이 맞물리며 일부 프리미엄(웃돈)을 얹고서라도 분양권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 분양권 시장에서 가장 ‘핫’한 단지는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이다. 지난 두 달여 간 거래량이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인 송파구 ‘헬리오시티’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프리미엄 12억 달하는 매물도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이스트폴' 조감도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이스트폴' 조감도
부동산 플랫폼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이달 6일까지 서울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단지는 롯데캐슬이스트폴(63건·총 1063가구)이었다.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40건·3069가구)가 뒤를 이었다. 두 단지 모두 작년 하반기에 청약을 진행한 단지다. 최근 전매제한 기간이 풀려 분양권 거래가 이어진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 아파트 중 최대 규모인 헬리오시티의 같은 기간 거래량(30건·9510가구)을 크게 웃돈다.

광진구 자양동에 들어서는 롯데캐슬이스트폴은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과 맞닿아 있는 역세권 단지다. 지하 7층~최고 48층, 6개 동, 1063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쇼핑 시설과 숙박시설, 오피스텔, 광진구청 등이 함께 들어서는 주상복합이다. 동서울터미널 개발 호재도 예상된다. 인근에 스타필드가 들어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입주 예정일은 내년 3월이다.

이 단지는 작년 8월 1순위 청약을 받았다. 총 420가구 모집에 4만1344명이 몰리며 전 타입 1순위 마감했다. 평균 경쟁률은 98.4대 1에 달했다. 정당계약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완판’(100% 계약)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년간의 전매제한 기간이 풀린 올해 8월부터 이 단지의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졌다. ‘억 소리’ 나는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입지 경쟁력이 부각되며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면적 138㎡가 지난달 28억4910만원(44층)에 손바뀜했다. 분양가(최고 24억2000만원)보다 4억원 넘게 웃돈이 붙은 것이다. 전용 84㎡의 경우 지난 8월 17억원(45층)에도 거래가 이뤄졌다. 분양가(12억6000만~14억9000만원)보다 최소 2억원 비싼 가격이다. 최근 이 단지의 매물을 살펴보면 프리미엄이 가장 적은 게 3억원이다. 초고층 대형 평형의 경우 프리미엄이 12억원에 달하는 매물도 올라와 있다.

‘래미안 라그란데’도 관심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라그란데' 투시도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라그란데' 투시도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도 분양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단지다. 이문1구역을 재개발해 들어서는 3000가구 넘는 대단지다. 작년 1순위 청약에서 총 468가구를 모집하는데 3만7024명이 접수했다. 79.1대 1의 높은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 당시 전용 84㎡가 10억200만~10억9900만원에 공급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두 달여 뒤 인근에서 분양한 ‘이문아이파크자이’가 최소 1억원 이상 비싸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 단지도 억대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 8월에 분양가보다 2억원 넘게 비싼 12억6000만원에도 손바뀜했다. 같은 평형 입주권 가격은 지난 9월 14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입주권은 조합원으로부터 사들이는 만큼보다 로열층·로열동 물건일 가능성이 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와 강북구 ‘북서울자이폴라리스’, 관악구 ‘서울대벤처타운역푸르지오’ 등도 분양권 거래가 적지 않은 편이다.

사실 매도자 입장에선 분양권 거래가 그렇게 이득이 되진 않는다. 높은 세금 때문이다. 보유기간 1년 미만 시 차익의 77%(양도소득세+지방소득세)를, 1~2년일 경우 66%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양권 거래가 활기를 띠는 건 ‘손피’(손에 쥐는 프리미엄)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매도자의 몫인 세금 부담 등을 매수자가 대신 짊어지는 거래를 뜻한다. 예컨대 손피가 1억원인 거래라고 하면, 세금 등을 제외하고 매도자가 실제 얻는 차익이 1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분양권 거래 ‘큰 장’ 선다

서울 분양권 거래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1년인 전매제한 기간이 해제돼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지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성북구 ‘보문센트럴아이파크’와 관악구 ‘힐스테이트관악센트씨엘’, 동대문구 ‘e편한세상답십리아르테포레’의 분양권 거래가 최근 시작됐다. 모두 1년 전 전 타입 1순위 마감했던 인기 단지다.

연내 강동구 ‘더샵강동센트럴시티’, ‘e편한세상강동프레스티지원’,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마포구 ‘마포푸르지오어반피스’, 성동구 ‘청계리버뷰자이’ 등의 분양권 거래도 가능해진다. 다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 내 공급된 아파트는 전매 제한 기간이 3년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