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번 레전드는 영원한 레전드다. 그룹 2NE1(투애니원) 10년여 만의 단독 콘서트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하며 1만 2000명의 팬들과 제대로 놀았다.

2NE1(CL, 박봄, 산다라박, 공민지)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 '웰컴 백 인 서울(WELCOME BACK IN SEOUL)'을 개최했다. 지난 4, 5일에 이은 3회차 공연이다.

2009년 데뷔한 2NE1은 독보적인 실력과 개성을 내세워 히트곡을 쏟아낸 2010년대 K팝 흥행 주역이다. 힙합 기반의 'YG DNA'를 완벽하게 흡수한 이들의 걸크러시 매력은 현재까지도 모방 불가한 고유한 팀으로 2NE1을 기억하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다.

이를 증명하듯 활활 타오르는 존재감을 자랑한 2NE1이었다. 이번 콘서트는 빠르게 전석 매진됐으며, 3일간 총 1만2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스탠딩존부터 좌석까지 꽉 채운 관객들은 2NE1을 향한 그리움과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고, 무대 위 멤버들은 '우리가 왜 레전드인지를 보여주겠다'는 듯 시작부터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Come Back Home. Can you come back home~"

2NE1이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는 건 무려 10년 6개월 만이다. 2016년 팀이 해체한 이후로는 약 8년 만이다. 오랜만에 한 장소에 모인 2NE1과 팬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은 '컴백홈(COME BACK HOME)' 인트로가 크게 울려 퍼지자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졌다.

새빨간 배경의 스크린, 조명을 뚫고 무대 위에 네 멤버가 등장하자 팬들은 열광했다. 2NE1은 '파이어(FIRE)'로 포문을 연 데 이어 '박수쳐', '캔트 노바디(CAN'T NOBODY)'까지 소화하며 단숨에 장내 온도를 끌어올렸다.

힘 있는 밴드 사운드로 전해지는 힙합 비트, 귀에 또렷하게 꽂히는 CL의 랩, 상큼한 산다라박의 보컬, 박봄의 독보적 음색, 여기에 공민지의 시그니처 퍼포먼스인 다리 찢기까지 뜨거운 기운을 내뿜는 화염보다 더 강렬한 에너지와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한 2NE1이었다.

객석 곳곳에서 발견된 연예인 라인업만으로도 2NE1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뉴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게 몸을 흔들었고, 이 밖에도 YG 식구였던 세븐, 빅뱅 대성을 비롯해 정용화, 윤도현, 선우정아, 노홍철 등이 포착됐다. 콘서트 개최를 축하하는 영상에는 아이유, 뉴진스, 아이브, 트와이스, 베이비몬스터, 에스파, 스트레이 키즈, (여자)아이들, 키스오브라이프, 보이넥스트도어, 지코, 트레저, 지드래곤, 퍼렐 윌리엄스 등이 등장했다.

완벽한 오프닝을 마친 후 멤버들은 오랜만에 "2NE1 놀자!"라고 외쳤다.
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돌출 무대까지 뛰어나온 2NE1은 '두 유 러브 미(DO YOU LOVE ME)', '폴링 인 러브(FALLING IN LOVE)'를 부르며 팬들을 추억에 젖게 했다. '아이 돈트 케어(I DON'T CARE)'를 부를 땐 환상적인 떼창이 터져 나와 감동을 안겼다.

전곡을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2NE1의 곡은 대부분이 히트에 성공했다. 단순히 히트곡에 그치지 않고 스테디셀러로 지금도 회자되는 곡들의 향연이 공연 내내 현장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그리워해요', '아파', '살아봤으면'에 이어 '론리(LONELY)' 무대가 시작되자 객석에서는 우렁찬 떼창이 나왔고, '어글리(UGLY)'를 부를 땐 2NE1과 블랙잭(공식 팬덤명)이 하나 되어 펄쩍펄쩍 뛰며 열정을 불태웠다.

CL의 솔로 무대도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고,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YG 후배 그룹 베이비몬스터도 선배를 빼닮은 완벽한 라이브 퍼포먼스로 박수받았다.
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은 끝을 향해갈수록 더 모든 걸 쏟아부은 듯 격정적으로 진행됐다. 멤버들은 심장을 쿵쿵 울리는 힘찬 밴드 사운드에 '아이 러브 유(I LOVE YOU)', '너 아님 안돼', '컴백홈', '내가 제일 잘나가' 등 인기곡을 내리 선보였고, 팬들은 응원봉을 힘껏 흔들며 환상의 팀플레이를 자랑했다.

2NE1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여전히 흐르고 있음을 말해주는 공연이었다. 무대 장악력, 실력, 완성도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무대 위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심장을 뛰게 했다.

산다라박은 "7월부터 연습을 시작했다"며 "우리에겐 올림픽홀이 특별한 곳이다. 첫 콘서트를 올림픽홀에서 했었는데 또 여기서 뭉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CL 역시 "처음 콘서트를 했던 이곳에서 다시 만나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박봄은 "너무 그리웠는데 여러분들을 뵙게 돼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면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멤버들한테 정말 고마웠다. 무엇보다 2NE1으로 팬분들께 인사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공민지는 "예전에 함께했던 스태프분들이 있더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10년 만에 콘서트를 할 수 있게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네 명이 함께 여러분들을 다시 만나는 이 모습이 꿈에서 봤던 장면이다. 실제로 이루어진 걸 보면 정말 꿈은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항상 우리 곁에 머물러줘서 감사하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앙코르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기도 했다. 산다라박은 "이번에 티켓 대란이라 못 오신 분들이 많다더라. 앙코르 콘서트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 팬들을 설레게 했고, CL은 "여기보다는 큰 곳이어야 할 것 같다"고 맞장구쳤다.

공연을 마치며 산다라박은 "넷이서 (활동)하고 싶었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CL은 "우리가 자주 못 만나지만 연초 민지 생일 때마다 만나려고 했다. 올해는 15주년인데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보자면서 시작한 다짐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 있다. 2NE1이 4개월 전만 해도 잠시 사라진, 멈춰있었던 그룹이었는데 여러 과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꿈만 같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 공연이 우리 네 명에게는 치유되는 자리인 것 같다. 이게 다 여러분 덕분이다. 여러분들도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조금 무섭고 막막할 수 있어도 도전해보셨으면 한다. 저와 2NE1이 응원하겠다. 오늘 좋은 에너지 주신 만큼 배로 좋은 추억, 기분 가지고 돌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 2NE1을 향해 팬들은 '다음에 또 놀자'라고 적힌 슬로건을 번쩍 들어 보였다.

서울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2NE1은 마닐라, 자카르타, 고베, 홍콩, 도쿄, 싱가포르, 방콕, 타이베이까지 9개 도시에서 15회차에 달하는 아시아 투어에 돌입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