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소는 MS 인공지능(AI) 전략의 총본산이다. AI를 비롯해 양자컴퓨터, 클라우드 등 MS의 핵심 기술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피터 리는 약 1000명의 천재급 엔지니어가 모인 ‘MS 두뇌’의 수장이다. <의료 AI 혁명: GPT-4를 넘어>라는 책의 저자인 그가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MS의 지향점을 짐작할 수 있다. 9월 중순, MS 본사에서 한국 언론 최초로 그와 대면 인터뷰를 했다. 피터 리 연구소 총괄사장은 “의사보다 AI가 10배 정도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것을 확인했다”며 “환자와 공감하는 AI가 의료 현장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피터 리 MS연구소 총괄사장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MS제공
미국 시애틀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피터 리 MS연구소 총괄사장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MS제공
▷의료AI의 공감 능력이 놀랍습니다.

“UC샌디에이고 연구진의 실험 결과예요. 환자 질문에 대한 의사와 챗GPT의 답변을 비교했습니다. 환자 중 78.6%가 AI를 선호하더군요. 정확도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AI가 인간보다 공감 능력에서 9.8배 더 뛰어난 것으로 나왔습니다.”

▷어째서 그런 결과가 나온 건가요.

“간단합니다. 의사들은 너무 바빠요. 그러니 빨리 지치죠. AI의 가장 큰 장점은 지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떤 환자는 얼마 전 손주를 얻었고, 어떤 환자의 소원은 야구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진단의 정확성도 중요할 텐데요.

“AI는 의사들의 진단 기록 데이터를 꾸준히 학습하고 있습니다. 암호 같은 그들만의 언어도 해독할 수 있게 됐죠. 생성형 AI의 맹점으로 꼽히는 환각 현상과 편향성 문제에 큰 진전이 있습니다.”

▷환각과 편향은 무엇입니까.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정보를 생성해 마치 사실처럼 말하는 현상을 환각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GPT-4 출시를 기점으로 환각 현상은 많이 해결됐어요. 미래에는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편향성도 해결되고 있나요.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을 내는 편향 현상도 충분히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모든 사람은 편향된 존재지만 동시에 스스로 편향성을 발견하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AI도 마찬가지예요. 일부 편향된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이를 검증하고 수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의료 현장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봅니다. 세계적으로 의사와 간호사는 과도한 업무에 지쳐있습니다. 미국에서 간호사 연봉이 AI 개발자 연봉만큼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죠.”

"환자 아픔 공감하는 능력…AI가 의사보다 10배 뛰어나다"
▷한국에도 ‘3분 진료’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서는 당일 환자의 상태뿐 아니라 이전 건강기록 4~5개를 종합해 진료기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힘든 일이고, 결과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결과를 만들죠. AI가 몇초 안에 진료기록을 작성해 준다고 생각해보세요. 의료진은 환자를 돌볼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될 겁니다.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도 있고요. AI는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기술인 셈이죠.”

▷MS는 왜 의료 분야에 관심을 둡니까.

“2022년 챗GPT를 출시했을 때 의사인 친구에게 ‘훌륭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의외의 반응이었죠. 챗GPT를 환자 진료기록 작성에 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거든요. 챗GPT가 활약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MS의 AI 방향성이 정해진 순간이었죠.”

▷의외의 선택으로 보입니다.

“다행인 점은 8년 전 MS에 합류한 뒤 첫 프로젝트가 회사의 의료AI 사업을 재정비하는 일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의료AI 사업을 전담하며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AI가 인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필수일 것 같은데요.

“미국 법은 익명화한 건강 데이터를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요. 일례로 MS 협력사인 에픽시스템즈는 북미에서 가장 큰 전자건강기록 시스템을 생산합니다. 환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의료 연구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타협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 아픔 공감하는 능력…AI가 의사보다 10배 뛰어나다"
▷여전히 보안 이슈가 큽니다.

“맞아요. 클라우드는 주요 공격 타깃이 될 겁니다. 애저 사태로 병원, 항공사, 소매점 등 세상 주요 인프라가 모두 클라우드에 의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MS는 이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지하고 보안을 절대적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보안 위협도 AI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양의 로그 데이터를 최첨단 AI 시스템으로 점검하면 공격에 빠르게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료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묻고 싶네요. 암에 걸렸는데 의사 대신 AI에 진료받기를 원합니까. 아마 그런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의학 역사상 수많은 의료기기가 탄생했지만 인간 의사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산부인과의 초음파 기술이 의사의 손 감각(촉진)에 의존하던 이전의 진단 정확도를 크게 끌어올린 것처럼 의료AI는 의료진의 업무 효율과 정확도를 높이는 핵심 도구로 쓰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시애틀=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