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비자금' 메모 공개…노소영에 자충수 되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이 7일부터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에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문제와 관련된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수년간 묻혀 있던 ‘6공 비자금’ 의혹이 국감장을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노 관장은 SK그룹의 재산 형성 과정에 기여했다는 증거로 ‘선경 300억원’이 적힌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제시해 역대 최대 규모 재산 분할액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체가 불분명했던 노태우 일가의 자금이 세간에 드러난 게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르면 이달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 소송의 심리속행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상고심에서 양측은 2심 재판부가 선고한 1조3808억원 규모 재산 분할액이 적절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2심 법원은 1심과 달리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도 분할 대상으로 인정했는데, 여기에는 노 관장이 제출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과 김 여사의 메모가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노 전 대통령 자금 300억원이 태평양증권 인수 등 SK그룹의 경영 활동에 쓰였다고 봤다.

문제는 해당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노태우 일가가 과거 추징금을 납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과정이나 검찰 수사 단계에서 선경(SK) 300억원의 존재가 한 차례도 노출되지 않았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1997년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2708억원어치의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2628억원에 대한 추징 선고를 내렸다. 노 전 대통령 일가는 약 16년이 지난 2013년 9월 추징금을 완납했는데, 이 과정에서 추징금 마련을 위한 긴 소송전이 이어졌다. 동생 노재우 씨가 세운 냉동창고 업체 오로라CS(당시 미락냉장)에 자신이 맡긴 돈 120억원이 들어갔다며 주주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 아들 노재현 씨가 신정화 씨와 이혼 소송을 하던 도중 사돈 관계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맡긴 비자금이 있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최근 김 여사가 아들 노씨가 이사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거액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과거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노태우 일가의 ‘안방 비자금’ 실체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이 사건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범죄수익환수부는 정식 수사 여부 검토에 들어갔다. 한 상속 전문 변호사는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상고심 판단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