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비가 연 1000만원이 넘는 특수목적고는 총 14곳이며 11곳이 외국어고인 것으로 조사됐다. 학비가 가장 비싼 곳은 연 3155만원을 기록한 민족사관고였다.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올해 특목고 경쟁률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게 입시업계의 전망이다. 현 중3부터 5등급제가 적용돼 내신 성적 따기가 수월해지는 만큼 면학 분위기가 좋은 특목고를 찾는 학부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부 시키려다 등골 휘네"…'年 3155만원' 학교 어디길래

○‘연 1000만원’ 고교 14곳

7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의 1인당 평균 학부모 부담금은 794만원이었다. 학부모 부담금은 수업료와 입학금, 학교 운영 지원비(등록금), 급식비·기숙사비·방과후 학교 활동비 등 각종 수익자 부담금을 모두 더한 액수다. 2021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이 본격 시행된 이후 일반고는 등록금과 교과서비가 모두 무상이지만, 특목고는 학부모가 여전히 비싼 학비를 부담하고 있다.

학교별로 보면 1인당 학부모 부담금이 가장 많은 자사고는 민사고(연 3155만원)였다. 이어 하나고(1171만원), 상산고(1098만원) 순이었다. 용인외고(998만원), 인천하늘고(892만원), 김천고(856만원) 등도 1000만원에 육박했다.

외고의 평균 학부모 부담금은 자사고보다는 낮은 680만원이지만 연평균 부담금이 1000만원 넘는 학교는 총 11곳에 달했다. 경기외고가 167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김포외고(1182만원), 인천외고(1181만원), 안양외고(1094만원) 순이었다.

민사고의 학비가 유독 비싼 이유는 기숙사비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강원 횡성군에 있는 민사고는 기숙 학교로, 1년 기숙사비가 약 920만원이다. 독특한 교과 과정도 높은 학비의 요인 중 하나다. 학교 전체가 무(無)학년제로 운영하며, 개인의 역량에 따라 AP(미국대학 학점 이수 과점) 등 수준 높은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자사고는 학생 관리가 잘 되고 입시 결과가 좋은 곳이 상대적으로 많아 학부모들이 학비가 비싸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 확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진 의원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원하는 고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며 “고교 학비에도 적정한 상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목고 경쟁률 상승 예상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특목고의 경쟁률은 상승할 전망이다. 현 중3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에서 고교 내신 등급이 5등급제로 완화되고, 수능은 9등급제가 유지된다. 그동안 자사고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몰려 일반고에 비해 내신에서 불리하다고 여겨졌지만, 내신 1등급 학생이 4%에서 10%로 확대되면서 이런 부담을 덜 수 있게 돼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단위 자사고의 경쟁률은 2021학년도 1.52 대 1에서 꾸준히 상승해 2024학년도 1.91 대 1을 기록했다. 지역 단위 자사고는 같은 기간 0.95 대 1에서 1.1 7 대 1을 나타냈다. 외고는 2022년까지 미달이었으나 2023학년도 1.12 대 1, 2024학년도 1.32 대 1로 상승 반전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학 진학 실적이 좋은 특목고로 눈을 돌리는 학부모와 학생이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