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이 휴장한 지난달 추석 연휴(9월 14~18일) 동안 스테이블 코인 거래량이 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24시간 365일 거래되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또 다른 역외 외환 시장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18일까지 5일 동안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된 테더·유에스디코인·다이 등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 거래량이 6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달러로 따지면 4억7000만달러 규모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13일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1329원60전에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은 이후 5일간 휴장에 들어갔다. 스테이블 코인 거래는 계속됐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서 테더 가격은 지난달 13일 1339원에 거래됐는데 16일 한때 1351원까지 치솟았다.

임시공휴일로 서울 외환시장이 휴장한 지난 1일에도 스테이블 코인은 거래가 이뤄졌다. 이날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이다. 지난달 30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1316원80전이었다. 테더는 같은 시간 업비트에서 1318원에 거래됐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직후인 2일 새벽 서울 외환시장은 문을 닫고 있었지만, 테더 가격은 한때 1342원까지 상승했다.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국제 이슈가 스테이블 코인 가격에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전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아직 규모가 작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도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국환 은행의 하루평균 현물환 거래 규모는 246억2000만달러였다. 이와 비교하면 국내 스테이블 코인 하루평균 거래량(약 1억2000만달러)은 0.5% 수준이다. 하지만 가장 거래가 많았던 1월 29일(약 4억6000만달러)을 기준으로 하면 2% 규모에 달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