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대책 대부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주택 공급의 핵심 요건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거대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7일 국토교통부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부동산 대책 법 개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법 개정이 필요한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 56개 중 본회의를 통과한 건은 11개에 그쳤다. 법 개정이 이뤄진 굵직한 대책은 윤석열 정부 임기 첫해인 2022년 나온 재건축초과이익환수 규제 완화, 이듬해 발표된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 완화 정도다.

반면 지난해 나온 ‘9·26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과 올해 초 ‘1·10 주택 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에 담긴 대책 대부분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구체적으로 학교 용지에 대한 부담금 면제 대상을 임대주택에서 60㎡ 이하 분양 주택 등으로 확대하는 학교용지법을 비롯해 재건축·재개발 공사비 분쟁 해소 제도화 등이 국회에 묶여 있다. 특별건축구역 지정 간소화 등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역시 계류 중이다. 신탁 방식으로 정비계획을 추진할 경우 경미한 사안에 대한 의결은 주민대표회의에 위임해 사업 속도를 내도록 하는 도정법 개정안도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가 올해 ‘8·8 주택 공급 확대 대책’에서 내놓은 재건축·재개발사업촉진특례법 제정도 가시밭길이다. 특례법은 재건축·재개발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비사업 첫 단추인 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하나로 묶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절차를 통합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대표적 ‘대못 규제’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도 포함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비사업 규제를 풀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화돼 수도권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이에 김 의원은 “국민이 살고 싶은 곳에 원하는 집을 공급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원활한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한 규제 완화법 논의가 시급하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