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가 7일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초대형 화면에 소개된 빅터 앰브로스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왼쪽)와 게리 러브컨 미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교수가 마이크로리보핵산 발견에 기여한 공로로 영예를 안았다.  AFP연합뉴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가 7일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초대형 화면에 소개된 빅터 앰브로스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왼쪽)와 게리 러브컨 미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교수가 마이크로리보핵산 발견에 기여한 공로로 영예를 안았다. AFP연합뉴스
마이크로리보핵산(miRNA)을 발견한 빅터 앰브로스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와 게리 러브컨 미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교수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인체 유전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이들의 연구 결과는 암, 희소 유전병 치료제 개발 등으로 이어졌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앰브로스 교수와 러브컨 교수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여한다고 7일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은 miRNA를 처음 발견한 데다 유전자 조절을 할 때 miRNA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규명했다”고 했다.

인체 세포의 유전 정보는 DNA에 담겨 있다. 메신저RNA(mRNA)는 이런 유전 정보를 전달해 단백질 생성을 이끈다. miRNA는 이 유전자 발현 과정에 영향을 주는 작은 RNA다. 유전자 단위인 염기 20~24개로 이뤄졌다.

앰브로스 교수는 예쁜꼬마선충이라는 미생물을 활용해 유전자 연구를 하다가 mRNA 생성을 억제하는 특정 유전물질을 발견했다. 이번 노벨생리의학상으로 이끈 miRNA다. 러브컨 교수는 선충 모델을 통해 이 유전물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밝혀냈다.

miRNA는 인체에서 특정 단백질을 만들도록 신호를 보내는 mRNA가 생성되는 것을 억제한다. 이론적으로 이런 기능을 활용하면 암세포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miRNA는 세포 안에서 유전자 발현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장수환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생리학교실 교수는 “miRNA는 RNA와 달리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며 “이를 통해 세포 성장, 발달, 분화 등 여러 생물학적 과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다. miRNA 이해도가 높아지고 유전자 발현 이상으로 생기는 다양한 질환의 치료 원리를 알게 됐다는 의미다.

유전자 발현을 정확하게 교정할 수 있게 되면 특정 세포가 원하는 기능만 하도록 조정할 수 있다. 심장 근육이나 장 세포 등을 바로잡는 ‘세포 튜닝’을 할 수 있어 암은 물론이고 자가면역질환, 당뇨병 등을 치료할 열쇠가 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 치료제 개발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miRNA를 특정 조직으로 정확히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원하는 세포 대신 다른 세포로 전달해 영향을 주는 ‘오프타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성수 경희대 의대 명예교수는 “암세포가 증식하는 것은 암유전자가 mRNA를 만들어 새로운 세포를 많이 생성하기 때문”이라며 “이를 miRNA로 억제하면 항암제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투자가 많이 이뤄졌지만 성공하진 못했다”고 했다. 그는 “세계 miRNA 연구진이 후속 기술인 염기 200개 이상의 롱논코딩(Lnc)RNA 분야로 대부분 이동했다”고 했다. 단백질을 직접 만들지는 못하지만 단백질 생성에 관여하는 다른 유전물질 연구가 더 활발하다는 의미다.

miRNA 관련 업적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앤드루 파이어 미 스탠퍼드 의대 교수와 크레이그 멜로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가 miRNA의 일종인 간섭RNA(RNAi) 개발 성과로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miRNA 원천 개발자인 앰브로스 교수와 러브컨 교수를 두고 후발 연구진에게 노벨상을 줬다는 게 논란이 됐다.

한국에서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장이 miRNA 연구 분야 석학으로 꼽힌다. 김 단장은 지난해 miRNA 생성에 영향을 주는 핵심 단백질인 ‘다이서’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다이서1 증후군이 생겨 유전성 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선천성 청력·시력 상실 등에도 miRNA가 영향을 준다. 방오영 삼성서울병원 뇌졸중센터장이 세운 에스엔이바이오는 miRNA 발현을 강화해 뇌졸중 모야모야병을 고치는 줄기세포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상금은 1100만스웨덴크로나(약 14억3000만원)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이 1896년 별세한 날짜인 12월 10일 열린다.

■ 마이크로RNA

microRNA. 우리 몸속에 있는 유전 물질로 단백질을 생성하는 일반 리보핵산(RNA)과 달리 세포 내에서 다른 유전자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지현/김유림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