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1박 2일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 1박 2일 방송화면 캡처
KBS '1박 2일' 출연진이 무거운 짐을 나르는 작가를 외면했다는 논란이 일자, 제작진이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

지난 6일 방송된 KBS2 '1박 2일 시즌4'(이하 '1박 2일')에서 출연진 6명을 상대로 '매너 테스트'가 진행됐다. 출연진들은 완벽한 남자가 되기 위해 의리, 리더십, 순발력, 센스, 소통 등 다양한 미션을 진행했다.

매너 테스트는 마지막 단계였다. 제작진은 양손에 무거운 수박을 들고 나르는 막내 작가 옆을 지나가는 출연진들의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방송인 문세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작가를 도와주지 않았다. 유일하게 작가를 도운 그는 짐을 대신 들어주며 "이 무거운 걸 어디까지 들고 가려 하느냐"고 물었다.

김종민, 딘딘, 조세호, 이준, 유선호 등 다른 멤버들은 막내 작가의 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준은 "핑계를 대자면 진짜 못 봤다"면서 "충격적인 건 봤어도 안 들어줬을 거다. (봤더라도) 힘들게 들고 있다면 도와줬을 것"이라며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걷는데 그걸 도와주는 게 오히려 좀 그렇지 않나"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종민은 막내 작가가 든 수박을 보고 "누구 거냐"고 물으면서도 그대로 걸어갔다. 그는 "본인 건데 내가 들어준다고 하면 오지랖일까 봐"라고 설명했다.
사진=KBS '1박 2일'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 '1박 2일' 방송화면 캡처
방송을 위해 재미로 한 테스트였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한 네티즌은 "성별을 떠나 무거운 것을 들고 있다면 도와주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호의를 권리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 사회 분위기가 팍팍해진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진 몰래 테스트를 진행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티즌들은 방송인 홍진경, 모델 주우재 등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는 스태프를 발견하자 짐을 함께 나눠 들었던 과거 장면들을 언급하며 '1박 2일' 출연진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제작진은 방송 직후 유튜브에 '최악을 거듭하는 초절정 비매너에 멤버들도 쉴드 불가'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해당 내용이 담긴 클립 영상을 유튜브와 KBS 홈페이지, 포털 사이트 등에서 모두 삭제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