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사진=뉴스1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사진=뉴스1
70대 시아버지에게 '페달 블랙박스'를 사줬다가 남편과 시댁의 비난을 받았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는 70대 중반인 시아버지에게 블랙박스를 사주자 남편과 시어머니가 기분 나빠했다는 일화를 공유했다.

그는 "시아버지가 아직도 운전하시는데, 후방 카메라는 없고 전방 카메라만 있다. 바꿀 때 됐다고 계속 말씀하셔서 바꿔드려야겠다는 생각에 급발진 증거용 전방, 후방, 페달 블랙박스랑 실내 계기판 비춰주는 4채널 풀세트를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선물을 준비한 뒤 갈등이 벌어졌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기분 나쁜 티를 냈다고 한다. 남편은 "전, 후방 블랙박스만 보내면 되는 걸 굳이 급발진 블랙박스를 아빠한테 보낸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A씨는 "요즘 급발진 사고가 고령 운전자한테만 나는 것 같다. 아버님 아직 운전하시는데 억울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냐"며 "증거용으로 좋지 않나 싶어서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아빠가 급발진 거짓말이라도 할까 봐 그런 거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A씨는 "무슨 소리냐. 노인들이 급발진 주장하는데 증거가 없지 않으냐. 진짜 급발진이면 증거가 되잖아"라고 했다. 이후 남편이 시어머니한테 "(A씨가) 아빠 급발진 거짓말할까 봐 선물한 거다"라고 전하면서 A 씨는 선물 주고도 욕을 먹었다고 한다.

A 씨는 "남편한테 '왜 이상하게 이간질했냐?'고 난리 쳤고 그날 주민 신고당할 정도로 싸웠다"며 "시댁에서는 처음엔 '뭐 이런 걸 보냈냐'고 좋아했다. 근데 남편이 말 전한 다음에 시어머니께서 '넌 시아버지가 운전 경력이 얼만데'라는 꾸중을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남편은 제가 잘못했다고 한다. 냉정하게 제가 주제넘은 선물한 거냐"고 속상해했다.

누리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남편이야말로 본인 아버지를 잠재적 사고유발자로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해 사고가 났을 때 결백함을 증명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원인이 '페달 오조작'으로 밝혀진 후 페달 블랙박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당시 운전자는 68세로 '급발진'을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58건 중 53건(91.4%)은 페달 오조작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페달 오조작 사고 운전자의 평균 연령은 67세로 고령층이 많았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