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기 MLCC 현장 점검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지난 6일 필리핀 칼람바에 있는 삼성전기 필리핀법인에서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기 MLCC 현장 점검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지난 6일 필리핀 칼람바에 있는 삼성전기 필리핀법인에서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사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결정한 이후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을 떼내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자 이 회장이 직접 일축한 것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을 방문 중인 이 회장은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갈망(hungry)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2019년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직접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은 매년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매년 적자를 이어가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파운드리 투자 속도 조절에 대해선 인정했다.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에 대해 “변화하는 상황으로 인해 조금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연내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2026년으로 연기했다.

한편 이 회장이 이날 삼성전기 필리핀 생산 공장을 찾아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시장을 조기 선점할 것을 주문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핵심 부품으로, 최근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산업 확대로 수요가 급증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필리핀 칼람바에 있는 삼성전기 MLCC 공장을 둘러본 뒤 경영진과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현지에서 임직원과 간담회도 하고 AI 로봇, 전기차 등 첨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할 것을 당부했다.

삼성전기 필리핀 생산법인은 중국 톈진과 함께 삼성전기 MLCC 생산의 핵심 지역이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잠김방지브레이크시스템(ABS), 파워트레인(동력장치) 등에 들어가는 전장용 MLCC를 주로 생산한다. 삼성전기는 2012년 필리핀에 MLCC 제2공장을 준공하고, 2015년엔 288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증설하며 규모를 키웠다. 수원과 부산 사업장은 MLCC용 소재 및 연구개발의 거점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