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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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제시된 '자재비+인건비+공공조달'의 3대 공사비 안정이란 목표는 기본적으로 '물가 안정'에 대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물가'가 단순히 1개 부처의 권한집행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시점에서 필요한 사안이더라도 막상 의도한 만큼의 결과를 얻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따라서 무분별한 비판보다는 추후 발표된 계획의 꾸준한 실행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특히 자재비 안정화의 방안에서는 조금 유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자재비 안정화의 한 방안으로 제시된 (업계 간 자율대화를 위한) ‘수급 안정화 협의체’는 운영내용의 밀도에 따라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어 운용의 묘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업계 간 의사소통과 정보교류라면 문제가 없지만, 점차 수급조절이나 선가격책정 등으로 확대되면 불법논란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원론적으로는 수요·공급측 간에 최적생산·최적판매·최적가격설정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면 독과점이나 담합 같은 불공정거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사한 선례가 있습니다. 종전에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가 제강사들과 사전협의를 통해 철근가격을 분기 단위로 선결정했던 것에 대해 공정거래법령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한 담합이란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런 문제를 답습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이면 동시에 협의회의 운영 결과도 그만큼 제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자재를 공급받는 쪽은 가격 인상보다는 인하를, 공급하는 쪽은 현행 유지나 인상을 원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해외 시멘트의 수입지원’은 건설자재의 유통물량을 늘려 시장가격의 인하를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골채채취원을 확대한다는 것도 유사한 맥락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는 코로나 이후로 철강재 가격이 솟구치면서 모든 자재 가격이 오른다는 시기에도 시멘트의 수입 논의가 사실상 없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멘트는 물성상 장기보존·유통하는 제품이 아니기에, 수요물량과 공급처를 사전에 정해놓고 수입하는 것이 아니면 외국산 시멘트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시멘트의 수입지원은 국산 시멘트의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카드 정도로 꺼냈을 여지가 큽니다.

건설분야 불법·불공정행위 점검반 운영은 플러스 알파 정도의 사안으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현시점에서 건설자재의 유통과정 자체가 심각하게 왜곡된 상황이라면 점검반 정도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언론기사에서는 종종 농산물 등의 산지가격과 최종 소매가격 간의 차이가 극심하다는 점을 들어 유통과정의 개선을 지적하는데, 만약 건설자재의 유통에서도 그만큼믜 문제가 있느냐고 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재)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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