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총성과 함께 급등한 유가…브렌트유 6거래일 연속 상승 [오늘의 유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주변국인 이란과 레바논으로 번지면서 ‘중동 전쟁’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국제 유가 역시 공급 우려에 상승했다. 유가가 중동 긴장과 함께 상승세를 지속할지, 아니면 제한적 상승에 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43달러(0.55%) 오른 배럴당 78.05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26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이다.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67달러(0.91%) 오른 배럴당 74.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이날 장중 2% 이상 급등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연일 이어지면서 지난주(9월 30일~10월 4일) 유가는 치솟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의 주간 상승 폭은 약 8%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컸다. WTI 역시 9.1%의 상승률을 기록해 작년 3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최근 1개월 국제유가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최근 1개월 국제유가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이스라엘의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수장 사살, 이란의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 등 중동 정세가 혼란을 이어가면서 공급 우려가 확대된 영향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경우 세계 원유 공급량의 4%가 악영향을 받는다. 스웨덴 은행 SEB는 이 경우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공격을 이어가려는 이란에 경고의 메세지를 전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6일(현지시간) 이란 미사일 공격의 표적이 된 네바팀 공군기지를 방문해 “이란은 (이스라엘군) 능력에 흠집도 내지 못했다”며 “이스라엘을 공격해 우리 대응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가자지구와 베이루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밤부터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 대규모 폭격을 이어갔다.
7일 새벽 레바논 베이루트 다히예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7일 새벽 레바논 베이루트 다히예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같은 날 모흐센 파크네자드 이란 석유장관은 걸프해역 하르그섬의 원유 수출 터미널을 방문했다. 파크네자드 장관은 이 지역 이란혁명수비대(IRGC) 해군 사령관을 만나 석유 시설 안보 유지를 위한 지속적 노력을 격려했다고 국영 IRNA 통신이 전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군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행동을 취하면 이란의 반격이 이뤄질 거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도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사진=EPA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공급 불안이 생각만큼 유가를 밀어 올리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유 시장에 숏(매도) 포지션 비중이 높아 상승 폭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 유가가 두 배 이상 급등한 것,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달리 가자 전쟁 이후에도 국제 유가는 상당 시간 배럴당 80달러 근처에서 움직였다.

제프 커리 칼라일 그룹 에너지 부문 최고전략책임자는 “현재 원유 시장에는 숏 포지션이 상당하다”라며 “투자자들은 원유 공급 과잉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CNBC에 전했다. 중국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원유 수요 회복 기대가 크지 않은 것도 유가 상승 폭을 제한하고 있다고 CNBC는 설명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