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원문입니다.)

Q. 오늘의 주제는 ‘국제유가’입니다. 지난주, 전쟁 공포가 극대화되면서, 유가가 하루에 5%씩 뛰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러우 전쟁 당시죠? 2022년 3월에 124달러라는 숫자를 본 이후로, 비슷한 일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 네, 원유 시장에게 지난주는 말 그대로 ‘격동의 한 주’였습니다. WTI 50일 내재 변동성은 39.2%로, 가자 전쟁 이후 거의 1년 만에 최고치였고요, WTI는 주간 기준으로는 9% 상승으로, 작년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른바 ‘중동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하며 ‘유가 100달러’라는 문구도 미디어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가 있었고요, 더 나아가 ‘유가 200달러설’까지 확산되며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심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지난주 전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거든요. 월가 IB 10곳은 약 일주일 전, 유가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습니다. OPEC+의 증산과 미중 경기부진이 지난 몇 달간 이어진 영향으로, 유가가 3분기동안 무려 16%나 하락한 데 기인한 건데요, 모간스탠리나 씨티그룹은 OPEC+의 증산이 시작된다면 유가가 적어도 60달러, 많으면 50달러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유가 200달러’까지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하니, 원유 시장이 좀처럼 갈피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Q. 알겠습니다. 거의 지난 한 2~3주 동안 유가의 등락이 참 컸습니다. 특징적인 날들 위주로 정리를 해 오셨다고요?

= 네, 저희 방송 날짜에 맞췄으니까요, 그러니까 현지시간이 아닌 우리 시간을 기준으로 했고요, WTI 마감가 수치라는 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9월 19일, WTI는 1.7% 하락했습니다. 연준의 빅컷 발표가 있던 날이었는데, 연준의 피벗 시나리오가 이미 유가에 선반영됐다는 평가 속에 유가는 되려 하락했는데요, 하지만 다음날인 20일, 다시 원유 시장이 연준의 금리인하를 호재로 인식하며 WTI는 1.5% 상승 전환됐습니다. 그리고 닷새 뒤인 9월 25일에는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허리케인 프랜신의 공포가 동시에 작용하며 1.6% 상승했고요, 그 다음날인 26일에는 중국 부양책 효과에 대한 의문과 리비아의 내정 갈등으로 중단됐던 석유 생산이 다시 재개될 것이라는 보도에, 리비아발 원유 공급 충격이 완화되며 WTI는 2.5% 하락했습니다. 그 다음날인 27일에는, 사우디가 유가 100달러를 포기한다는 파이낸셜 타임즈의 단독기사가 나오며 3.4% 더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10월 2일, 중동 지상전이 본격화된 날이죠? 이날 WTI는 3% 상승했고요, 그 다음날인 3일에는, 전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등으로 강보합권에 머물며 상승폭이 제한된 듯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만에 갈등은 더 악화됐고요, 이란 유전 폭격 가능성이 대두되며 10월 4일, WTI는 무려 5%대 급등했습니다. 그리고 10월 5일에는 바이든 정부가 이란 유전 공격에 대한 우려를 일축시키며 WTI는 1%대 상승으로 상승폭을 크게 줄이며 이날 장을 마쳤습니다.

Q. 그렇군요. 유가 상승을 내다보는 월가 IB들의 의견은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 네, 일단 지난해 이란의 석유 생산량은 일평균 360만 배럴로, 1,290만 배럴인 미국, 1,010만 배럴인 러시아, 또 970만 배럴인 사우디 등에 이어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석유 시장에서 이란이 가지고 있는 위상이 작지는 않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은 건데요, RBC 캐피탈 역시 원자재 시장의 무사안일주의를 경고하며, 유가가 급등하는 경우에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했고요, CNBC도 지금 양국에서 실질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건 석유 시설에 대한 것이라며, 특히 이란의 핵 시설은 워낙 단단해 파괴하기가 어렵다며, 핵 시설이 타격될 경우, 이란이 더 큰 탄도미사일을 동원할 구실이 될 것이고, 결국 전쟁의 더 큰 확산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파이퍼샌들러도 이스라엘의 보복에는 이란의 석유 시설이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했고요, CNBC도 전쟁 추이에 따라 유가는 결정될 것이라며, 이란의 석유 수출이 중단될 시 유가는 최소 5달러 이상 상승할 것이고, 그 피해가 생각보다 더 확대된다면 10달러 넘게 오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사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유가가 10달러에서 20달러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고요, BMI 역시 호르무즈 해협까지 막힌다면 브렌트유가 150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Q. 하지만 유가 비관론만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반대쪽 의견은 어떻습니까?

= 네, 미국 에너지정보청 EIA는 원유 시장의 공급이 원활하며, 시장의 공포가 과도하다고 일축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7일 자로 끝난 미국의 한 주간 원유 재고는 4억 1,700만 배럴로, 전주 대비 389만 배럴이나 증가했고요, 여기에 더해 가장 큰 유가 하락 재료인 OPEC+의 증산도, 오는 12월부터 1년간 하루 18만 배럴씩 시행됩니다. 미즈호 증권은 또, OPEC+가 약 580만 배럴의 유휴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전쟁발 유가 충격에 충분히 대비가 가능한 정도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UBS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진짜로 차단한다면, 배송옵션 하나가 적어진 정도에 멈추는 게 아니라 산유국들의 석유 수출을 방해해, OPEC+의 증산 가능량을 대폭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으니, 이 부분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여기에 더해, 운반 대란을 빚을 것으로 보였던 미국의 동남부 항만 노조 파업이, 임금 62% 인상으로 사흘만에 종결되면서 우려가 대폭 완화된 것도 유가의 상단을 저지한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Q. 전쟁, OPEC+ 증산, 파업, 이것 말고도 앞으로 원유 시장에 또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있습니까?

= 일단 계절적 요인이 있겠죠. 겨울철 한파가 지금부터 천연가스 가격에 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만 봐도, 동절기 난방용 원유 사용량이 늘어날 것임을, 원유 시장이 한계절 앞서서 반영한다면 이 역시 유가의 상승을 이끌 수 있겠습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언급한 ‘OPEC+의 내부 갈등’도 주목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은 산유국들에게 ‘유가를 50달러 수준까지 낮춰 버리겠다’라는, 자폭성 경고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우디의 비전 2030을 성공리에 마치려면 사우디 입장에서는 유가가 85달러는 유지가 돼야 하기 때문에, 이것도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겠는데요, 관련해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일단 유가가 이번주 내에 80달러를 넘길 지 여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Q. 알겠습니다.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는 상승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락할 것이다, 이건 무슨 말입니까?

= 네, CNBC는 최근 국제유가의 핵심은 ‘대선’이라고 강조하며, 이에 따라 결국 유가는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대선 3대 키워드를 중동 전쟁, 항만 파업, 그리고 허리케인 헬렌이라고 명시했는데요, 그만큼 지정학적 위험을 잘 관리하며 유가를 잡는 게 민심에 중요하다는 뜻이겠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바이든 정부가 최근 유가 안정에 주력을 다함에 따라, 앞으로도 중동 상태를 격화시키기보다는 최대한 중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셰일오일 개발을 적극적으로 촉구하는 쪽이죠? 이 역시 원유 공급 증대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유가의 하락을 견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PVM 리서치도 바이든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에너지 인프라와 핵 시설 공격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했고요, CNBC도 바이든 정부는 석유 쪽보다는 ‘군사적 목표’에 집중하는 쪽이라고 했습니다. 또 미국의 일간지, 폴리티코는 석유 생산이 지난 20년간 많은 나라로 다각화돼 왔다며, 이란의 석유 시설이 피습당한다고 해도 파장은 미비할 것이라고 했고요, 사우디도 중동 상황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며, 오히려 증산 이후, 유가가 50달러까지 낮아지게 될까 봐, 그게 더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CNBC 역시 이란의 석유 시설이 심각하게 손상되더라도 공급은 하루에 200만 배럴 밑으로 감소할 것이고, 이는 하루 1억 배럴이 소비되는 세계 시장에서 ‘겨우 물 한 방울’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이란의 석유 파이프가 끊기더라도 미국과 중국이 모두 상당량의 전략비축유를 가지고 있어, 공급 부족을 메우고도 남는다고 덧붙였고요, 일각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끊기는 점에 대해 공포감을 가지고 있지만,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공급의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미 새로운 배송 옵션들이 많이 개발돼 있으니 부정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보화 외신캐스터


최보화외신캐스터 from.treasure@wowtv.co.kr
시나리오별 국제유가 전망 [최보화의 원자재 인사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