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목받은 '얼죽신'…내년 부동산 트렌드는 뭘까
그 어느 때보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찬 공기가 완연해진 지금. 이곳저곳에서 내년을 준비하기 위한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매년 새로운 트렌드와 신조어가 생겨난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올해 인상 깊었던 단어로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을 선택할 것 같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은 수도권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핵심지의 새 아파트 가격이 신고가를 경신할 때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렸던 것을 생각하면 트렌드의 시장 영향력은 강력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트렌드는 돌고 돈다’는 말처럼 끝없이 상승할 것만 같았던 수도권 신축 아파트 가격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어느 정도 한계치에 도달한 모습이다. 재건축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최근에는 시장의 관심이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로 이동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또 다른 트렌드 변화를 맞고 있는 시기, 내년에 눈여겨볼 만한 부동산 트렌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일상에서 느끼는 평안과 위로’로 무장해 사람의 마음을 만져주는 시설, 공간, 관념 등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의 ‘도시·공간 트렌드 2024’에 따르면 시간이 갈수록 사람이 ‘나만의 동네 안식처’ ‘삶의 질 향상 시설’ ‘안전 중심의 공공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낀다고 한다. 과거 혈연, 지연, 학연 등에 뿌리를 두고 있었던 공동체 기능이 점점 약화하면서 내가 사는 지역이나 도시에서 정서적인 케어 기능을 찾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도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나 ‘무해력(자극이나 스트레스를 피해 무해한 것이 주는 힘에 주목하는 흐름)’을 내년 마케팅의 핵심 트렌드로 선정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평안함’과 ‘안정적임’을 찾는 현상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는 ‘직주근접’을 중시하면서 도심에 주택 수요가 집중되었다면 앞으로는 도심이 주는 피로감 극복 차원에서 공원 산책로 등 주변 자연환경이 주는 편안함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기후 변화나 전염병 같은 자연적인 재해를 내 일상에서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몇 년 전에는 세계가 코로나19를 겪었고, 올해는 최악의 무더위를 경험했다. 사람은 ‘환경의 변화’에 꾸준히 적응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삼켜버린 ‘밥상 물가’를 보면 기후 위기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지금까지 기후와 부동산에 대한 국내·외 연구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부동산 가격 영향’ ‘상습 자연재해의 집값 영향’ 등에 집중됐다. 앞으로는 극한의 폭염이나 한파에 대응할 수 있는 주택의 기능, 기후 변화에 따른 부동산 가격 등을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대야 없는 강원도 고원에 집 짓고 살아야겠다’고 농담처럼 했던 말이 점점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는 사람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좇아 즉각적으로 삶에 변화를 주는 '트민남·트민녀'(트렌드에 민감한 남녀)가 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트렌드 변화를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갖고 유연성을 찾는 자세는 견지할 필요가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All100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