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중국리그 LPL 1번 시드 BLG를 꺾은 T1 (라이엇게임즈 제공)
202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중국리그 LPL 1번 시드 BLG를 꺾은 T1 (라이엇게임즈 제공)
역시 디팬딩 챔피언은 달랐다.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 우승을 차지한 T1이 지난 6일 독일 베를린 라이엇게임즈 아레나에서 열린 2024 월즈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중국리그 LPL 1번 시드 빌리빌리 게이밍(BLG)을 꺾고 2승 1패 조에 올랐다. 개막전 톱 e스포츠(TES)에게 패했지만 이후 내리 2승을 기록하며 8강행 청신호가 켜졌다. 월즈 스위스 스테이지에선 3승을 먼저 기록하는 팀이 다음 라운드인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한다.

경기 시작 전엔 대부분이 BLG의 우세를 점쳤다. T1은 2024 LCK 서머 시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월즈 지역대표 선발전을 간신히 통과해 LCK 4번 시드로 월즈에 합류했다. 반면 BLG는 2024 LPL 스프링과 서머를 모두 제패하며 LPL 1번 시드로 월즈에 진출했다. 라이엇이 월즈 시작 전 공개한 파워랭킹에서도 LCK 젠지 e스포츠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반면 T1은 6위에 그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가을 그리고 월즈의 T1은 강했다. 밴픽 단계에서 T1은 본인들의 색깔을 살리는데 집중했다. 작년 월즈처럼 현재 스위스에서 유행하는 메타와는 거리를 뒀다. 미드 라인에서 상대방의 아리에 맞춰 사일러스를 선택하며 원거리 딜러 혹은 강한 AD 챔피언을 뽑는 일명 ‘쌍포 메타’와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또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원거리 딜러인 진을 뽑을 수 있었음에도 레드 진영 4픽에서 칼리스타를 골랐다. 이유는 5픽에서 밝혀졌다. 서포터 니코를 기용하며 정글 바이와 함께 강력한 돌진형 조합을 갖춘 것이다.
T1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라이엇게임즈 제공)
T1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라이엇게임즈 제공)
경기 시간 2분경 T1이 탑 라인에 가야 할 나르까지 동원해 바텀을 압박하며 게임을 시작했다. BLG가 ‘빈’ 천쩌빈의 잭스를 바텀에 내려보내며 라인 스와프를 택하자 이에 응수한 것이다. 그 결과 T1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칼리스타가 포탑 골드를 두 칸이나 채굴하며 골드를 잔뜩 벌었다. 경기 시간 8분경 첫 번째 용을 앞두고 양 팀이 모두 집결했다. T1 정글러 ‘오너’ 문현준의 바이가 먼저 잡히면서 시작됐지만 ‘페이커’ 이상혁의 사일러스가 상대 정글러를 죽이고 다른 팀원들이 서포터까지 잡아내며 2 대 2 교환에 성공했다. 이후 용 사냥에 성공하며 T1이 웃었다.

T1이 골드 격차를 2000 이상으로 유지하고 용을 꾸준히 사냥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하지만 BLG 역시 천쩌빈의 잭스를 중심으로 반격에 나서며 T1 탑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를 지속적으로 공략하며 추격에 나섰다. 승부가 갈린 지점은 경기 시간 24분이었다. 바텀 지역에 모인 BLG가 최우제의 나르를 물면서 이를 구하기 위해 합류한 사일러스까지 잡는데 성공했다. 이미 용을 3개나 내준 BLG는 분위기를 뒤집기 위해 바로 대형 오브젝트인 내셔 남작(바론) 사냥에 나섰다.
T1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 (라이엇게임즈 제공)
T1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 (라이엇게임즈 제공)
하지만 T1은 침착했다. 두 명이 없는 상황이지만 텔레포트를 활용한 합류를 믿고 바론 둥지에서 상대의 빈틈을 노리며 대치했다. 상대가 인원은 더 많지만 방금 전 교전에서 서포터 뽀삐를 제외한 모든 챔피언이 궁극기를 사용해 전투력이 다소 부족한 점을 정확히 노렸다. 경기 시간 25분경 T1 정글러 ‘오너’ 문현준의 바이가 상대 원거리 딜러인 진을 향해 궁극기로 진입했다. 동시에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의 니코가 상대의 합류를 궁극기로 저지하며 진영을 갈랐다. 인원수가 5 대 4로 밀리는 상황을 환상적인 스킬 활용으로 순간적으로 3 대 2로 만든 T1은 BLG의 핵심 딜러인 진과 아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이후 잭스가 저항했지만 이미 승기는 T1에게 넘어갔다.

바론 사냥에 성공해 골드 격차를 5000 이상 벌린 T1은 마지막 결정타를 위해 함정을 팠다. 4번째 용을 앞둔 한타에서 승리한 이후 바론 둥지 근처에서 매복을 펼친 것이다. BLG 입장에선 시야가 깜깜한 상황이지만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 어둠 속에서 류민석의 니코 궁극기를 시작으로 T1의 습격이 시작됐다. 상대방의 진과 아리를 잡아낸 T1은 미드 라인으로 진격했다. BLG가 격렬히 저항했지만 결국 경기 시간 34분여만에 넥서스를 파괴하며 T1이 승리를 챙겼다. 한편 이날 패한 BLG는 1승 2패 조로 내려가며 탈락 위기에 놓였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