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서 툭하면 싸움"…서울 '주차난 1위' 중구 신당동 가보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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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주차장 확보율' 최하위 기록한 중구
주거 밀집 지역 신당동은 종일 '주차 전쟁' 중
옛집 몰려 있는 골목들…"공영 주차장은 만차"
서울시 "재개발 예상돼 예산 투입 어렵다"
주거 밀집 지역 신당동은 종일 '주차 전쟁' 중
옛집 몰려 있는 골목들…"공영 주차장은 만차"
서울시 "재개발 예상돼 예산 투입 어렵다"
"차를 뒤로 빼 돌아갈 길이 없어요. 무조건 이 골목으로 지나가야 하니까 트럭을 잠시 빼주시든가 최대한 옆으로 좀 붙여주세요."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연립주택 앞. 7일 점심께 한 주민은 골목에 트럭을 세워둔 이삿짐 센터직원들을 향해 요청했다. 골목 한쪽에 이미 다른 차량이 주차돼있어 그의 차가 지나갈 공간이 도저히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결국 짐 옮기는 것을 멈추고 차량을 잠시 앞으로 빼줬다.
오래된 주택들이 밀집한 신당동에선 이처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차난이 벌어진다. 골목길이 워낙 좁아 제대로 된 주차 구역이 부족해서다. 공영 주차장은 항상 자리가 부족하고, 주택가는 주차 구역을 그릴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협소해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신청할 수도 없다. 일각에선 신속한 재개발이 주민 불편을 해소할 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구의 대표적인 주거밀집지역인 신당동은 평일 낮 시간대인데도 불구하고 골목마다 많은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한 골목에는 차량 네 대가 주택가 벽면에 가깝게 붙어있었다. 골목 넓이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았다. 차량 옆으로는 1m 정도 공간만 남아 사람과 오토바이가 겨우 지나다녔다.
차를 댈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추자 시비도 자주 붙었다. 이곳에서 만난 60대 표모 씨는 "낮 시간대에 꼭 이렇게 남의 집 앞에 차를 댄다"며 "얼마 전엔 옆집 사는 할머니가 상습적으로 불법 주차하는 한 영업 차량 차주와 언성 높이면서 싸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자기 집 앞에 차 댈 곳이 없어서 그랬다고 한다"고 했다.
이 지역에선 주차 라인을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최소한 세로 3.6m, 가로 2m(경차 기준) 공간이 확보됐을 때 지자체에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신청할 수 있지만, 충분한 공간을 갖춘 골목이 드물어서다. 서로 가깝게 붙어있는 연립주택에도 따로 주차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동네 곳곳에 공간만 나오면 일단 차량을 주차하고 있었다.
주차장이 없는 연립 주택에서 거주하는 70대 양모 씨는 "주차 라인이 그려진 곳을 찾으려면 큰 길가와 연결된 골목으로 나가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저녁 시간대면 골목마다 차량이 꽉 찬다. 아침에 이 차들을 어떻게 빼나 신기할 정도"라며 "인근에 거주하는 두 아들도 이곳을 올 때마다 주차 때문에 골치 썩는다"고 설명했다. 반드시 집 앞이 아니더라도 거주지 인근 공영 주차장에 일정 비용을 내고 주차구역을 배정받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수요가 많아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40년 동안 신당동에서 거주하며 세탁소를 운영한 70대 허모 씨는 "집 인근에 차를 주차하지 못한 지 한참 됐다"며 "주차로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아 주민센터나 성동공업고등학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다. 다른 공영 주차장은 이미 신청이 끝나 항상 만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단칸방에서 혼자 살더라도 다 차를 끌고 다니는 시대가 아닌가"라며 "이 동네는 주차에 있어선 도저히 답이 없다. 이사 가지 않는 이상 그러려니 해야지 어떻게 하나"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구는 서울 시내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 등록된 법인 차량수가 유독 많다"며 "특히 신당동 일대는 이 지역에 오랜 기간 거주하면서 동시에 소규모 공장 등 업장을 운영하는 주민이 많아 '직주근접성'이 높은 지역이다. 따라서 낮에도 주차난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재개발을 앞둔 지역이라 무턱대고 공영 주차장을 늘릴 수도 없다. 남산, 서울 성곽과 인접한 신당동 일대는 그동안 '재개발 사각지대'로 꼽혀 왔지만, 점차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1400여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신당 10구역(236-100번지)은 현재 시공사 선정 입찰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최대한 공영 주차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용지 매입, 건축비 등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신당동 일대는 중구에서도 대표적인 재개발 예상 지역이라 지금 상황에서 과도한 예산 투입은 재정 낭비란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컨설팅회사 '도시와경제'의 송승현 대표는 "재개발 예상 지역에 공영 주차장을 지어놓으면 나중에 재개발 과정에서 해당 시설을 남겨놓아야 해 사업성이 떨어지고, 흉물로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당동 일대 지역은 현재 곳곳에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신속한 재개발이 지금 상황에선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진단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연립주택 앞. 7일 점심께 한 주민은 골목에 트럭을 세워둔 이삿짐 센터직원들을 향해 요청했다. 골목 한쪽에 이미 다른 차량이 주차돼있어 그의 차가 지나갈 공간이 도저히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결국 짐 옮기는 것을 멈추고 차량을 잠시 앞으로 빼줬다.
오래된 주택들이 밀집한 신당동에선 이처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차난이 벌어진다. 골목길이 워낙 좁아 제대로 된 주차 구역이 부족해서다. 공영 주차장은 항상 자리가 부족하고, 주택가는 주차 구역을 그릴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협소해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신청할 수도 없다. 일각에선 신속한 재개발이 주민 불편을 해소할 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혼자 살아도 차 끌고 다녀…이 동네는 답 안 나온다"
전날 서울시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이 79.3%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주차장 확보율이란 등록된 차량 대비 주택가의 주차면(공동주택·주택가 인근 공영 주차장의 주차 구역) 수를 나타낸 수치다. 100% 이하면 주차면 수보다 차량이 많다는 의미다. 서울시 전체 확보율은 106.9%였다.중구의 대표적인 주거밀집지역인 신당동은 평일 낮 시간대인데도 불구하고 골목마다 많은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한 골목에는 차량 네 대가 주택가 벽면에 가깝게 붙어있었다. 골목 넓이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았다. 차량 옆으로는 1m 정도 공간만 남아 사람과 오토바이가 겨우 지나다녔다.
차를 댈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추자 시비도 자주 붙었다. 이곳에서 만난 60대 표모 씨는 "낮 시간대에 꼭 이렇게 남의 집 앞에 차를 댄다"며 "얼마 전엔 옆집 사는 할머니가 상습적으로 불법 주차하는 한 영업 차량 차주와 언성 높이면서 싸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자기 집 앞에 차 댈 곳이 없어서 그랬다고 한다"고 했다.
이 지역에선 주차 라인을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최소한 세로 3.6m, 가로 2m(경차 기준) 공간이 확보됐을 때 지자체에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신청할 수 있지만, 충분한 공간을 갖춘 골목이 드물어서다. 서로 가깝게 붙어있는 연립주택에도 따로 주차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동네 곳곳에 공간만 나오면 일단 차량을 주차하고 있었다.
주차장이 없는 연립 주택에서 거주하는 70대 양모 씨는 "주차 라인이 그려진 곳을 찾으려면 큰 길가와 연결된 골목으로 나가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저녁 시간대면 골목마다 차량이 꽉 찬다. 아침에 이 차들을 어떻게 빼나 신기할 정도"라며 "인근에 거주하는 두 아들도 이곳을 올 때마다 주차 때문에 골치 썩는다"고 설명했다. 반드시 집 앞이 아니더라도 거주지 인근 공영 주차장에 일정 비용을 내고 주차구역을 배정받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수요가 많아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40년 동안 신당동에서 거주하며 세탁소를 운영한 70대 허모 씨는 "집 인근에 차를 주차하지 못한 지 한참 됐다"며 "주차로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아 주민센터나 성동공업고등학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다. 다른 공영 주차장은 이미 신청이 끝나 항상 만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단칸방에서 혼자 살더라도 다 차를 끌고 다니는 시대가 아닌가"라며 "이 동네는 주차에 있어선 도저히 답이 없다. 이사 가지 않는 이상 그러려니 해야지 어떻게 하나"고 말했다.
'재개발 바람'에 시설 확충 어려워…"신속한 개발이 대안"
서울 중구 신당동이 낮에도 이처럼 주차난이 심각한 이유는 주차 시설이 없는 상태로 지어진 옛집이 많을 뿐만 아니라 거주지에 소규모 사업장까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서울시 관계자는 "중구는 서울 시내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 등록된 법인 차량수가 유독 많다"며 "특히 신당동 일대는 이 지역에 오랜 기간 거주하면서 동시에 소규모 공장 등 업장을 운영하는 주민이 많아 '직주근접성'이 높은 지역이다. 따라서 낮에도 주차난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재개발을 앞둔 지역이라 무턱대고 공영 주차장을 늘릴 수도 없다. 남산, 서울 성곽과 인접한 신당동 일대는 그동안 '재개발 사각지대'로 꼽혀 왔지만, 점차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1400여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신당 10구역(236-100번지)은 현재 시공사 선정 입찰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최대한 공영 주차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용지 매입, 건축비 등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신당동 일대는 중구에서도 대표적인 재개발 예상 지역이라 지금 상황에서 과도한 예산 투입은 재정 낭비란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컨설팅회사 '도시와경제'의 송승현 대표는 "재개발 예상 지역에 공영 주차장을 지어놓으면 나중에 재개발 과정에서 해당 시설을 남겨놓아야 해 사업성이 떨어지고, 흉물로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당동 일대 지역은 현재 곳곳에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신속한 재개발이 지금 상황에선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진단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