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풀어낸 한국인의 정체성…5년만에 돌아온 이희중의 유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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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
이희중 5주기 추모전 '이희중 0426: 무한의 시선'
이희중 5주기 추모전 '이희중 0426: 무한의 시선'
"지금 시대에 활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전통이다"
2019년 63세의 나이로 작고한 이희중이 생전 개인전을 열 때마다 주장한 메시지다. 단지 과거의 기억으로만 머물러 있는 전통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 그는 자신이 내뱉은 신념만큼이나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 회화로 재해석한 작업들을 선보여왔다.
그는 생전 매년 개인전을 열고 작품을 선보이며 관객을 만났다. 그러기 위해 명절에도, 주말에도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오직 작업에만 매달렸다. 그런 이희중이 지난 2019년 갑작스레 쓰러지며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매년 전시를 통해 관객을 만났던 그의 작품들은 5년 동안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스스로의 이름을 딴 '이희중 갤러리'를 짓는 도중에 작고한 터라 평생 꿈꿔왔던 '내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은 단 한번도 열지 못했다. 그런 이희중의 그림이 5년 만에 다시 관객들과 마주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열리는 회고전 '이희중 0426:무한의 시선'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수제자로 알려진 화가 다발 킴, 그리고 그의 아내이자 현재 이희중갤러리를 운영하는 권정옥 대표 등 평소 그와 가깝게 지냈던 예술계 인사들이 손잡고 성사시켰다. 800여 점의 유작들 중 100여점을 꼽아 선보인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부터, '우주', '첩첩산중', '푸른 형상' 등 그를 대표하는 시리즈들이 모두 나온다. '전통의 현대화를 추구한 작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이희중은 한국의 무속신앙, 민화, 불교 등 전통에서 회화의 소재를 찾았다. 그리고 그 재료를 현대회화로 풀어냈다. 그가 자신의 작업 인생을 '한국인의 정체성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칭한 이유다.
그런 이희중에게 예술이란 ‘전통을 현대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을 위해 그는 민화나 선대 화가들의 작품에서 좋은 부분을 차용해 그만의 방식으로 각색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문자도'와 '풍류도'에서 그의 차용과 각색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우주를 기호로 형상화한 작업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도 소개되는 이 '우주 연작'은 사실적 묘사가 중심이 된 다른 시리즈들과 달리 추상화된 기호들이 캔버스 위를 떠다닌다. 그는 이 기호들을 모두 신화와 고전 설화, 전통 신앙에서 따 왔다. 각 기호마다 모두 스토리와 역사를 가진 셈이다.
이희중은 쓰러지기 직전 잦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단 한 순간도 붓을 놓지 않았다. 작업을 만류하는 가족들에게 "그림을 그리면 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남길 만큼 회화에만 몰두하는 인생을 살았다. 이번 서울 전시 이후엔 경기 용인 이희중미술관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예술의전당에서의 전시는 10월 18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2019년 63세의 나이로 작고한 이희중이 생전 개인전을 열 때마다 주장한 메시지다. 단지 과거의 기억으로만 머물러 있는 전통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 그는 자신이 내뱉은 신념만큼이나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 회화로 재해석한 작업들을 선보여왔다.
그는 생전 매년 개인전을 열고 작품을 선보이며 관객을 만났다. 그러기 위해 명절에도, 주말에도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오직 작업에만 매달렸다. 그런 이희중이 지난 2019년 갑작스레 쓰러지며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매년 전시를 통해 관객을 만났던 그의 작품들은 5년 동안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스스로의 이름을 딴 '이희중 갤러리'를 짓는 도중에 작고한 터라 평생 꿈꿔왔던 '내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은 단 한번도 열지 못했다. 그런 이희중의 그림이 5년 만에 다시 관객들과 마주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열리는 회고전 '이희중 0426:무한의 시선'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수제자로 알려진 화가 다발 킴, 그리고 그의 아내이자 현재 이희중갤러리를 운영하는 권정옥 대표 등 평소 그와 가깝게 지냈던 예술계 인사들이 손잡고 성사시켰다. 800여 점의 유작들 중 100여점을 꼽아 선보인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부터, '우주', '첩첩산중', '푸른 형상' 등 그를 대표하는 시리즈들이 모두 나온다. '전통의 현대화를 추구한 작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이희중은 한국의 무속신앙, 민화, 불교 등 전통에서 회화의 소재를 찾았다. 그리고 그 재료를 현대회화로 풀어냈다. 그가 자신의 작업 인생을 '한국인의 정체성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칭한 이유다.
그런 이희중에게 예술이란 ‘전통을 현대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을 위해 그는 민화나 선대 화가들의 작품에서 좋은 부분을 차용해 그만의 방식으로 각색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문자도'와 '풍류도'에서 그의 차용과 각색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우주를 기호로 형상화한 작업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도 소개되는 이 '우주 연작'은 사실적 묘사가 중심이 된 다른 시리즈들과 달리 추상화된 기호들이 캔버스 위를 떠다닌다. 그는 이 기호들을 모두 신화와 고전 설화, 전통 신앙에서 따 왔다. 각 기호마다 모두 스토리와 역사를 가진 셈이다.
이희중은 쓰러지기 직전 잦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단 한 순간도 붓을 놓지 않았다. 작업을 만류하는 가족들에게 "그림을 그리면 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남길 만큼 회화에만 몰두하는 인생을 살았다. 이번 서울 전시 이후엔 경기 용인 이희중미술관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예술의전당에서의 전시는 10월 18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