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사무소·시청자미디어재단·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사무소·시청자미디어재단·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22대 국회 국정감사 첫날인 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둘러싼 공방을 벌였다. 이 위원장은 당초 증인 불출석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동행 명령장을 발부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압박하자 전격 출석했다.

이날 과방위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 위원장의 국감 출석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며 여야 위원들은 오전부터 서로 언성을 높였다.

이 위원장의 출석을 요구한 것은 민주당 등 야당 측이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이 위원장 트라우마가 있느냐"며 "(직무 정지인 게 불출석) 정당한 사유 아니냐. 현실적으로 탄핵 심판 중이고 직무 정지 상태인데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도 "탄핵을 추진할 땐 언제고,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동행명령장 발부를 거론하는 것은 코미디"라며 "국회의 '슈퍼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이 위원장은 보수 유튜브에 나가서 야당을 ‘반(反)대한민국 세력’이라고 비난하면서 국회 출석 요구는 거부했다"며 "행명령권을 발동해 반드시 출석하게 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도 "여당 과방위원들 이야기만 들으면 이 위원장이 멀쩡한 사람인 줄 알겠다. 멀쩡한 사람들이 탄핵 소추되겠느냐"며 "이 위원장은 위법한 2인 방통위 구조로 방송 장악하려 했던 것이 가장 문제이고 자질이나 가치관, 법인카드는 물론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결국 이날 오후 3시 국감에 출석했다. 이 위원장이 출석한 이후에도 야당의 공세는 이어졌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방통위 직원에게 제출하게 했다며 '사유화하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 위원장이 과거 '보수의 여전사, 참 감사한 말씀입니다. 가짜 좌파들하고는, 우리가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라고 한 발언을 문제삼으며 "여기서 가짜 좌파는 이 자리에 있는 민주당 의원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답변할 수 없다. 민주당 의원이라고 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이날 국감이 이 위원장과 야당 위원들 간의 '기싸움' 수준의 질의가 이어지면서, 과방위 내에서는 '민생 국감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여당 과방위 위원 관계자는 "국정감사 준비를 많이 했는데, 직무도 정지된 이진숙 위원장을 불러다 놓고 정쟁을 벌이면서 민생 국감을 못하게 된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