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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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증시 앞날? "반등 여력 있다" vs "잠깐에 그칠 것"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
최근 '중국 증시의 급등'이 원정개미 사이에서 화재입니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상하이지수와 선전지수는 각각 21.37%·28.77% 급등했고, 홍콩 H지수는 30.39%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닛케이225지수(4.26%), 코스피지수(0.32%), 미국 S&P500지수(지난 6일까지 0.57%) 등보다 중국 증시의 상승폭이 훨씬 컸습니다. 상하이지수는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홍콩 H지수는 2022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하지만 중학개미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중국 본토 증시(상하이, 심천)에서 94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홍콩 증시까지 합하면 254억원 순매도입니다. 손실 상태였던 투자자들이 증시 반등을 기회 삼아 '탈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순매도 금액이 많지는 않습니다.


증시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울 때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전문가들의 얘기를 모두 들어보는 게 도움이 되겠죠. 중국 증시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가진 애널리스트 두 명을 각각 인터뷰했습니다. 김경환 하나증권 신흥국주식파트장과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입니다.

"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나올 것"

김경환 하나증권 신흥국주식파트장
김경환 하나증권 신흥국주식파트장
김경환 하나증권 신흥국주식파트장은 중국 증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애널리스트입니다. 그는 중국 베이징대 국제경제학과 출신으로, 한국경제신문이 뽑는 베스트애널리스트에 최근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 파트장이 제시한 올 4분기 상하이지수 예측 범위(밴드)는 2900~3420입니다. 이번 급반등 뒤 밴드를 상향 조정한 건 아니지만, 주요 증권사의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 중 상단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눈에 띕니다.

김 파트장은 "중국 정부가 최근 내놓은 패키지 부양책에 이어 향후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일련의 조치가 중국 증시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나온 패키지 부양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표 1>과 <표 2>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표 1>은 중국 정부가 지난달 24일에, <표 2>는 지난달 26일에 발표한 내용인데요. 중국 증시의 급등이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들 대책 발표와 증시 반등의 타이밍 맞아떨어집니다. 이에 더해 블룸버그가 지난달 26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중국 정부가 대형 은행에 1420억달러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사에서 "중국 정부가 자본 확충 등의 방식으로 대형 국영은행에 최대 1조위안(약 190조원)을 투입할 수 있다"고 보도한 것도 중국 증시 반등에 영향을 미쳤고요.
(표 1) 인민은행과 금융당국이 9월 24일 내놓은 부양책 요약. 자료: CEIC, Wind, 하나증권
(표 1) 인민은행과 금융당국이 9월 24일 내놓은 부양책 요약. 자료: CEIC, Wind, 하나증권
(표 2) 중국공산당의 9월 26일 중앙정치국회의 발언 내용 요약. 자료: CEIC, Wind, 하나증권
(표 2) 중국공산당의 9월 26일 중앙정치국회의 발언 내용 요약. 자료: CEIC, Wind, 하나증권
김 파트장은 일단 "최근 반등이 중국 증시의 펀더멘털 개선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주식위험프리미엄(ERP: 기대수익률에서 무위험 이자율을 뺀 것)이 역대 최상단을 기록하는 등 급등 전 중국 증시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매우 저평가된 상황이었다"며 "이때 정부가 패키지 부양책(특히 재정정책)을 내놓자 투자 심리와 위험 선호도가 급격히 개선돼 수급이 쏠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수년간에 걸친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은 진작에 좋아졌지만 투자 심리 악화로 수급이 붙지 않아 주가가 못 오르고 있었고, 그게 이번에 반전됐다는 건데요. 하지만 주가 상승이 지속되려면 결국에는 펀더멘털의 개선이 확인돼야겠죠. 주가가 '목줄에 묶인 개'고 펀더멘탈이 '그 목줄을 쥔 주인'이라면, 개는 결국 주인 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으니까요. 김 파트장은 "중국 정부가 향후 내놓을 각종 대책이 펀더멘탈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 파트장은 "올 4분기 이후 중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정책을 추가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달 중순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중국의 의회격)와 다음 달 미국 대선이 지난 이후, 그리고 오는 12월 경제공작회의의 2025년 성장률 목표 설정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년 '제15차 5개년 계획'(2026년부터 집행) 발표 때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中 증시 앞날? "반등 여력 있다" vs "잠깐에 그칠 것"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
이런 일련의 이벤트를 거치며 대규모 추가 경기 부양책이 나오면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 '바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김 파트장은 예측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자산 가격 반등은 소비 촉진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집을 산 뒤 그 집값이 하락해 소비를 억제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불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뒤이어 나올 정부의 돈 풀기가 '이구환신 정책'(노후 경기소비재 교체 시 보조금을 주는 정책) 등의 형태로 소비 촉진에 추가 투입될 수도 있다는 게 김 파트장의 설명입니다.

물가 측면에서도 중국 정부가 이런 정책을 펴는 데 부담이 없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올해 1~8월 CPI 상승률도 평균 0.2%에 불과했습니다. 정부 돈 풀기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는 물가 상승인데, 이 위험 중국에서는 크지 않다는 겁니다. 김 파트장은 "정부가 향후 재정정책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펴는가가 중국 증시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며 "단기 수급 과열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두고 조정이 올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기업 자율성 보장 없이는 백약이 무효"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한 베테랑 애널리스트입니다. 지난해부터 그는 중국 경제와 증시의 둔화를 전망해 왔습니다. 최근 중국 증시가 반등했지만, 이런 방향성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전망입니다. 정 위원은 상하이지수 밴드를 제시하지는 않고 증시의 큰 흐름에 대해서만 코멘트합니다.

정 위원도 "중국 정부가 조만간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중국 정부 "유동성 정책만으로는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어렵고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재정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달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가 "재정·통화정책 운용 강도를 높이고 필요한 재정 지출을 보장해야 한다"며 공무원의 적극적 업무 처리를 촉구한 게 중국 정부의 이런 인식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의 효과가 경기 후퇴와 증시 하락이라는 큰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게 정 위원의 설명입니다. 그는 "최근 중국 정부의 조치가 단기적인 경제성장률 목표치 5%를 달성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총수요가 위축되는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많이 썼지만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개선 조짐이 거의 없다. 자료: 블룸버그, 중국 국가통계국, IBK투자증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많이 썼지만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개선 조짐이 거의 없다. 자료: 블룸버그, 중국 국가통계국, IBK투자증권
그가 이런 전망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 위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내놨던 경기부양책 규모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인 4조위안이 넘었습니다. 현급 직접 이전 지급을 위한 재정적자 2조위안(재정적자 증액 및 특별국채 1조위안), 지방정부 특수 목적채권 발행 한도 증액 1조6000억위안, 감세 및 비용 경감 5000억위안 등입니다. 모두 합치면 4조1000억위안이네요. 이런 돈을 풀었는데도 중국 증시는 2021년 이후 우하향했습니다.

이번에도 중국 정부가 이 정도 돈을 풀 수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당시 그렇게 막대한 돈을 풀었음에도 외국 자본이 중국에서 이탈하면서 중국 증시가 우하향하는 걸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중국 정부가 돈을 얼마나 푸는지에 관계없이, 외국 자본의 이탈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회생과 증시의 반등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자료: 블룸버그, CEIC, IBK투자증권
자료: 블룸버그, CEIC, IBK투자증권
정 위원은 "중국의 무역수지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상품수지 흑자가 대부분이고 무역외수지(투자 소득 수지)의 기여는 아직 없다"며 "이는 중국 내 자본 축적이 아직 충분히 안 돼 있다는 얘기이고, 이런 나라는 외부의 수혈 없이 대규모 상품 생산시설 투자를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채권을 찍어서 민간 은행을 통해 시설 투자 자금을 공급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생산, 수출, 소비가 함께 커지는 경제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외국 자본이 중국에서 계속 빠져나가는 이유는 뭘까요. 정 위원은 "중국 내에서 시장경제의 원칙이 지켜지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중국 경제에서 민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정부·민간 합작 기업 포함)은 2010년 약 20%에서 2020년까지 70%까지 꾸준히 늘었지만 2020년 12월 '마윈 사태' 이후 급격히 줄다가 최근에는 50% 이하로 축소됐다"고 했습니다. 정 위원은 "경제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기업의 비중이 커진다는 건 민간 자본이 자유롭게 이윤 추구를 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중국 기업의 영역별 비중 변화. 자료: 블룸버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IBK투자증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중국 기업의 영역별 비중 변화. 자료: 블룸버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IBK투자증권
마윈 사태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당시 공개 석상에서 중국 정부의 경직된 금융 규제를 ‘전당포 영업’에 빗대는 등 강도 높게 비판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을 말합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마윈은 공개 석상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고,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는 한편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홍콩 증시 상장도 중단시켰습니다. 한때 마윈에 대한 실종설과 체포설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정 위원은 "지금 같은 미·중 갈등 상황 속에서는 중국의 국영 기업에 미국 펀드가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