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저주하고 자신을 파괴하는 증오, 극복할 수 있을까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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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 : 증오의 역습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김희상 옮김/책사람집
288쪽|1만7800원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김희상 옮김/책사람집
288쪽|1만7800원
'살아 있는 시한폭탄'
증오라는 감정에 가득 찬 사람들을 이렇게 표현한다. 아무 일 없이 하루를 시작해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상사에게 총을 쏜 남자, 증오가 삶을 짓눌러 다른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 등 증오는 한 명의 인간을 무감정한 악인으로 만든다. SNS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증오는 더욱 쉽게 확산된다.
타인의 증오가 인터넷을 통해 전염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인간을 조종하는 '증오'라는 감정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피하거나 벗어나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감정이 개인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오래 탐구해 온 저명한 법정신의학자이자 독일 슈피겔 베스트셀러 작가 라인하르트 할러가 증오를 다룬 신간 <증오의 역습>을 펴냈다. 오늘날 사회에서 증오가 가장 시급하게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뇌과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연구부터 신화와 문학, 철학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증오가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증오의 늪에서 벗어나는 법을 안내한다.
작가는 유럽 최고의 범죄 심리 전문가답게 40년간 해 온 임상 경험, 500여 건이 넘는 프로파일링, 인터뷰를 토대로 생생한 사례들을 펼쳐놓는다. 사이버 증오범죄, 묻지마 폭행, 증오 메시지 등 우리 사회에서 자주 나타나는 감정 문제들을 실제 겪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증오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작가가 꼽은 것은 파괴적인 공격성이다. 즉, 증오라는 감정은 타인을 통제하고 지배하려 하며, 인간이 가진 섬세한 감정과 생각을 왜곡해 공감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렇기에 증오에 사로잡힌 인간은 인지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단순해진다고 말한다. 복잡한 생각이나 대안을 허용하지 않으며, 파괴적인 감정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전한다.
분노와 증오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분노는 맹목적이고, 증오는 계산적이라는 것. 분노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격성을 분출하도록 만드는 반면 특정 대상을 목표로 정하고 공격하게 만든다. 증오가 분노보다 한층 더 치밀하고 계산적이며 지속적이다.
증오가 화나 경멸, 혐오 등과 달리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도 감정이 가진 치밀한 특성 때문이라도 작가는 말한다. 이를 두고 작가는 "분노는 해방감을 선사하기도 하고, 복수는 정당할 수도 있지만 증오에서는 티끌만큼의 긍정적인 면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증오는 특정 타인을 저주하며 스스로를 파괴시키는 감정인 셈이다.
책의 하이라이트는 오늘날 인간들이 얼마나 증오에 빠지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는지 분석하는 부분이다. 인터넷을 통해 '일상적 비교'에 시달리며 자기혐오와 자존감 붕괴, 귤욕을 매일 경험한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뛰어나야만 한다는 불안과 강박은 비교 대상에게 증오를 느끼게 만든다. 자기애는 희미해지고 자기 혐오가 자리잡으면 혐오의 화살이 밖으로 향하게 된다. 작가가 현대 사회를 '증오 권하는 사회'로 칭하는 이유다.
그럼 증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시기, 질투, 탐욕, 복수심 등 증오의 뿌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타인의 소유나 성격, 재능을 단순히 부러워하는 감정인 시기가 다른 사람의 성취와 성공을 깎아내리려는 파괴적인 힘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야야 한다는 것이다.
증오는 다양한 인성 장애와 깊은 관련이 있다. 삶을 투쟁으로 만들어 버리는 자아 중독, 어떤것이든 무슨 일이든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모든 사회관계를 "나로, 더 나답게, 가장 나에게 충실하게" 꾸미는 나르시시즘은 자기중심적 사고, 아집, 예민함, 공감 결여, 타인의 평가절하 등이 특징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을 찬양하지 않는 사람을 증오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남을 깎아내린다. 편집증 인성 장애는 불신, 과도한 예민함, 고집, 사회적 고립 등이 특징이다.
여기에 '파괴의 네트워크'를 벗어나야 한다고도 전한다. 인터넷에서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하는 과한 욕구가 혐오를 부추기고, 공감 능력을 잃게 만든다고 말한다. 즉, 네트워크상의 증오는 자존감 결여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책은 인터넷상에서의 혐오를 잠재우는 데에는 역설적으로 타인의 공감과 칭찬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한다.
책은 증오를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자기 성찰'을 소개한다. 내가 가진 증오의 뿌리를 찾아내고,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친 인간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경험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최지희 기자
증오라는 감정에 가득 찬 사람들을 이렇게 표현한다. 아무 일 없이 하루를 시작해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상사에게 총을 쏜 남자, 증오가 삶을 짓눌러 다른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 등 증오는 한 명의 인간을 무감정한 악인으로 만든다. SNS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증오는 더욱 쉽게 확산된다.
타인의 증오가 인터넷을 통해 전염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인간을 조종하는 '증오'라는 감정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피하거나 벗어나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감정이 개인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오래 탐구해 온 저명한 법정신의학자이자 독일 슈피겔 베스트셀러 작가 라인하르트 할러가 증오를 다룬 신간 <증오의 역습>을 펴냈다. 오늘날 사회에서 증오가 가장 시급하게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뇌과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연구부터 신화와 문학, 철학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증오가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증오의 늪에서 벗어나는 법을 안내한다.
작가는 유럽 최고의 범죄 심리 전문가답게 40년간 해 온 임상 경험, 500여 건이 넘는 프로파일링, 인터뷰를 토대로 생생한 사례들을 펼쳐놓는다. 사이버 증오범죄, 묻지마 폭행, 증오 메시지 등 우리 사회에서 자주 나타나는 감정 문제들을 실제 겪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증오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작가가 꼽은 것은 파괴적인 공격성이다. 즉, 증오라는 감정은 타인을 통제하고 지배하려 하며, 인간이 가진 섬세한 감정과 생각을 왜곡해 공감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렇기에 증오에 사로잡힌 인간은 인지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단순해진다고 말한다. 복잡한 생각이나 대안을 허용하지 않으며, 파괴적인 감정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전한다.
분노와 증오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분노는 맹목적이고, 증오는 계산적이라는 것. 분노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격성을 분출하도록 만드는 반면 특정 대상을 목표로 정하고 공격하게 만든다. 증오가 분노보다 한층 더 치밀하고 계산적이며 지속적이다.
증오가 화나 경멸, 혐오 등과 달리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도 감정이 가진 치밀한 특성 때문이라도 작가는 말한다. 이를 두고 작가는 "분노는 해방감을 선사하기도 하고, 복수는 정당할 수도 있지만 증오에서는 티끌만큼의 긍정적인 면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증오는 특정 타인을 저주하며 스스로를 파괴시키는 감정인 셈이다.
책의 하이라이트는 오늘날 인간들이 얼마나 증오에 빠지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는지 분석하는 부분이다. 인터넷을 통해 '일상적 비교'에 시달리며 자기혐오와 자존감 붕괴, 귤욕을 매일 경험한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뛰어나야만 한다는 불안과 강박은 비교 대상에게 증오를 느끼게 만든다. 자기애는 희미해지고 자기 혐오가 자리잡으면 혐오의 화살이 밖으로 향하게 된다. 작가가 현대 사회를 '증오 권하는 사회'로 칭하는 이유다.
그럼 증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시기, 질투, 탐욕, 복수심 등 증오의 뿌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타인의 소유나 성격, 재능을 단순히 부러워하는 감정인 시기가 다른 사람의 성취와 성공을 깎아내리려는 파괴적인 힘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야야 한다는 것이다.
증오는 다양한 인성 장애와 깊은 관련이 있다. 삶을 투쟁으로 만들어 버리는 자아 중독, 어떤것이든 무슨 일이든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모든 사회관계를 "나로, 더 나답게, 가장 나에게 충실하게" 꾸미는 나르시시즘은 자기중심적 사고, 아집, 예민함, 공감 결여, 타인의 평가절하 등이 특징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을 찬양하지 않는 사람을 증오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남을 깎아내린다. 편집증 인성 장애는 불신, 과도한 예민함, 고집, 사회적 고립 등이 특징이다.
여기에 '파괴의 네트워크'를 벗어나야 한다고도 전한다. 인터넷에서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하는 과한 욕구가 혐오를 부추기고, 공감 능력을 잃게 만든다고 말한다. 즉, 네트워크상의 증오는 자존감 결여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책은 인터넷상에서의 혐오를 잠재우는 데에는 역설적으로 타인의 공감과 칭찬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한다.
책은 증오를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자기 성찰'을 소개한다. 내가 가진 증오의 뿌리를 찾아내고,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친 인간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경험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최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