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최근 미분양 증가세가 꺾이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신규 공급이 단단히 억제된 걸 고려할 때 미분양 해소 속도가 너무 느려 당분간 냉각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대구 미분양 줄었지만…"본격 회복은 멀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7월(1만70가구)에 비해 660가구 줄어든 9410가구로 집계됐다.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7월 1778가구에서 8월 1640가구로 138가구로 감소했다. 이달 공급을 앞둔 남구 ‘e편한세상 명덕역 퍼스트마크’(1758가구) 견본주택에는 3일간 1만5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기존 매매시장에선 수성구 등 인기 지역 위주로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것도 ‘회복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대구 분양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지난해 대구에서 사실상 새로운 아파트 공급이 없었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미분양 소진율이 지나치게 더디다는 평가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신규 분양 물량은 515가구에 그쳤다. 최근 5년(2019~2023년) 평균(1만5594가구)의 3.3%에 불과하다. 지난해 전국에서 새로 분양한 물량이 평년(2019~2023년)의 65.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단지에 따라 10~15%가량의 페이백(현금 지원)과 할인, 잔금 유예 등 각종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각종 할인 혜택 강도를 점차 높이고 있는데 계약률이 오르는 속도는 ‘거북이걸음’”이라고 말했다. 입지와 가격에 따른 양극화도 심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4월 청약을 진행한 수성구 범어동 ‘대구범어아이파크’가 조기 완판(100% 계약)에 성공했다. 비슷한 시기 황금동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역 리저브’는 가격이 5000만원 낮은데도 청약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학군과 유해시설 여부 등 입지 경쟁력 차이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범어동 쪽에선 일부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그 외 지역에선 분양가를 회복한 경우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대구 내 인기 주거지의 회복세가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입주 물량은 5만9508가구에 달해 ‘공급 과잉’ 우려도 여전하다. 달서구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990가구), 북구 ‘대구 금호지구1차 디에트르’(637가구)가 이달 시장에 나오는 등 신규 분양이 조금씩 재개되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