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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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으나 실제 실적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올렸다고 8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4.5% 증가한 수치다. 다만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던 전망치보다는 크게 밑돌았다. 매출액은 이 기간 17.2% 늘어난 79조원을 달성했다.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경우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실적이 하락했다.

메모리 사업은 서버·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견조했지만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구형) 제품 공급 증가 영향 가운데 일회성 비용과 환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과 PC 수요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주력인 범용 D램 수요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지면서 발목이 잡혔다.

HBM 부문에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5세대 HBM인 HBM3E는 주요 고객사 대상의 사업화가 예상보다 지연됐다. HBM3E 제품이 엔비디아 품질(퀄) 테스트를 아직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 효과로 실적이 일부 개선됐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매출도 같은 기간 약 81조원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모두 예상치를 하회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범용 제품에 대한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이 이전 전망에 비해 부진한 점, HBM3E 물량이 예상 대비 부진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을 앞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 상반기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보다 약 1조원 정도 높은 수준이지만 하반기 상황을 종합할 경우 연간 실적에서 추월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듭 갈아치우는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을 처음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공시 직후 DS부문장을 맡는 전영현 부회장 명의 자료를 내고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많은 분들께서 삼성의 위기를 말씀한다.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 위기극복을 위해 저희 경영진이 앞장서겠다"며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다.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단기적인 해결책 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또 "두려움 없이 미래를 개척하고, 한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달성해내고야 마는 우리 고유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며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직문화와 관련해선 "다시 들여다 보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 우리의 전통인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며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투자자와는 활발하게 소통하겠다면서 "저희가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