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특별상연이 끝나서야 '아, 선균이가 없구나'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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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
② 특별 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 섹션 '박호산 배우'
② 특별 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 섹션 '박호산 배우'
다소 침울해 보이는 동훈이는 말이 없다. 늘 웃는 상에 가장 말이 많은 건 첫째, 상훈이다. 시니컬한 막내, 기훈이는 수다스러운 상훈이에게 면박을 주거나 답답한 동훈이에게 팩트 폭격을 퍼붓는다.
도대체 평온한 시간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형제들이지만 이들은 정말 징글징글하게도 붙어 다닌다. 함께 소주 한잔 (늘 댓 병 이상으로 마무리되는) 을 나누기 위해, 서로의 비루한 일상을 털어놓기 위해.
<나의 아저씨>는 고된 삶의 끄트머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지안’과 그녀를 묵묵히 지켜보며 도움을 주는 아저씨, ‘동훈’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상훈, 동훈, 기훈, 삼 형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너무나도 다른 삼 형제가 서로의 인생을 마주하고 고통을 나누는 일상. 그 일상은 친근하면서도 애처롭고, 감동적이면서도 살갑다. 아마도 <나의 아저씨>가 인기 드라마를 넘어 하나의 역사로 남게 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고운사람, 이선균] 특별전의 작품으로 <나의 아저씨>의 5화가 상영되었다. 스페셜 토크에 참여한 ‘상훈,’ 박호산 배우와 <나의 아저씨> 그리고 그가 기억하는 ‘동훈,’ 이선균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작품이 온 것을 제외하고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방문이다. 소감이 어떤지. 부산이란 도시도 오랜만일 듯하다.
"촬영을 끝내고 와서 그런지 아직은 좀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이제 막 토크 행사도 끝나서 제대로 한숨을 돌려야 소감이 어떤지 알 것 같다 (웃음). 부산은…. 일단 부산이라고 하면 대도시 아닌가. 그럼에도 이렇게 예쁜 바다가 테두리로 있는 도시라 늘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 오랜만에 <나의 아저씨>를 마주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극장 스크린으로 상영된 건 처음이다. <나의 아저씨>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당연히 감회가 새롭다. 사실 <나의 아저씨>는 방영 전 발표가 되기도 전에 비판이 적지 않았던 작품이다. 제목부터 시작해서 아저씨와 어린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오해를 샀던 것 같다. 뭔가 시작도 하기 전에 뭇매부터 맞은 작품이라 다소 억울한 마음도 있었다. 그랬던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권위 있는 영화제인 부국제에서까지 상영할 수 있게 되어서 뭔가 후련하고 이 드라마의 레거시가 확고해진 것 같아 뿌듯하다."
▷ 이번 상영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이선균 회고전, [고운사람, 이선균]의 한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이 작품으로 이선균 배우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함께 연기하는 것은 어땠는가.
"맞다. 대학로 연극판에서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실제로 나이도 세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서 촬영 때는 진짜 형제처럼 지냈다. 작업 끝나면 술을 같이 어마무시하게 먹기도 하고…(웃음). 특히 <나의 아저씨>에서 했던 선균이의 연기가 좋았다. 사실 동훈이는 실제 (발랄했던) 선균이와는 많이 다른 캐릭터인데 선균이가 그걸 마치 원래 타고난 천성처럼 해서 놀랐다. 본인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려는 노력을 부단히 했다." ▷ 지금 막 스페셜 토크를 마쳤다. 관객의 반응은 어땠는가.
"일단 <나의 아저씨>를 안 보고 오신 분들은 없던 것 같다. 상영 후에도 거의 모든 분이 토크에 남아서 우리와 선균이와의 추억을 듣고, 공유하고 가신 것 같다. 사실 이선균 배우의 기사들이 나왔을 때 언론과 대중의 반응이 너무 공격적이었기 때문에 오늘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는데 관객분들이 모두 따뜻한 반응을 보여주셔서 고맙고 좋았다. 선균이의 회고전이라 굉장히 숙연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다기보다는 모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재미난 이야기에는 웃기도 하고… 살가운 분위기였다."
▷ 오늘 토크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기억 나는 추억이 있는지.
"<나의 아저씨>에서 자주 등장하는 건배사가 있다. 원래 대본에는 ‘테스토스테론 (남성 호르몬)!’ 이었다 (웃음). 내가 이게 발음이 너무 어려우니 바꾸자고 했다. 그래서 나중에 ‘후계, 후계 (드라마의 배경인 동네), 잔 비우게’로 바뀌게 된 것이다." ▷ 이선균 배우를 스크린으로 본 것이 장례식 이후로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큰 스크린으로 선균이의 얼굴을 보는 것은 어땠는지.
"스크린으로 보는 동안은 선균이가 이 세상에 없다는 걸 단 한 번도 인식하지 못했다. 상영이 끝나고 나서야 “아, 선균이가 없구나” 라고 느꼈던 것 같다. 아마 선균이와 일한 다른 배우들도 비슷한 심정이지 않을까." ▷ <나의 아저씨>는 박호산 배우에게도 이선균 배우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작품이다. 배우 박호산에게 <나의 아저씨>는 어떤 존재인가.
"사실 (<나의 아저씨>를 만나기 전에는) 드라마도 깊이를 가질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을 못 했다. 난 태생이 연극인이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아저씨>의 촬영이 진행되면서 많은 것들을 새로 느끼고 반성했다. 이 드라마가 대중적인 어필을 충분히 하면서도 담고 있는 이야기의 깊이와 감정적인 가르침은 그 어떤 것에 비견할 수 없는 심오한 것이었던 것 같다."
▷ <나의 아저씨>를 반복해서 봤을 것 같은데 현재 기준 가장 좋아하는 장면? 혹은 회차가 있다면?
"오늘 영화제에서 상영한 5회차를 원래부터 좋아했다. 지안과 할머니가 달을 보는 장면, 그리고 동훈이가 슈퍼에서 훔쳐 온 카트를 밀어주는 장면, 이런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올해에만 영화제를 세 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나 참석했다. 영화제에 오면 어떤 점이 제일 좋은가?
"그 지역마다의 음식이 제일 좋고 (웃음)…. 사실 영화제란 것이 공식적인 스케줄이면서도 공식적인 휴식 아닌가. 그래서 아무도 날 찾지 않아서 좋다. 지금보다 더 영화제에 자주 오고 싶다 (웃음)."
▷ 앞으로의 일정은?
"오랜만에 <나의 아저씨> 팀을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부산을 좀 즐기고 싶다. 그리고 돌아가서는 새로 시작하는 독립영화의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유쾌하고, 생각보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이선균 배우를 추억했다. 그것은 인간 이선균이 가진 고유의 쾌활함과 선함을 모두가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호산이 말했듯, 아직 우린 그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영영 그가 떠났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를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예전 인터뷰) 연극 300편 나온 '대학로 장승' 박호산 "난 대사를 외운 적 없다"
▶(관련 기사) "'스마트한' 오셀로가 돼보려구요…그래야 추락할 때 더 극적이죠"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도대체 평온한 시간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형제들이지만 이들은 정말 징글징글하게도 붙어 다닌다. 함께 소주 한잔 (늘 댓 병 이상으로 마무리되는) 을 나누기 위해, 서로의 비루한 일상을 털어놓기 위해.
<나의 아저씨>는 고된 삶의 끄트머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지안’과 그녀를 묵묵히 지켜보며 도움을 주는 아저씨, ‘동훈’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상훈, 동훈, 기훈, 삼 형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너무나도 다른 삼 형제가 서로의 인생을 마주하고 고통을 나누는 일상. 그 일상은 친근하면서도 애처롭고, 감동적이면서도 살갑다. 아마도 <나의 아저씨>가 인기 드라마를 넘어 하나의 역사로 남게 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고운사람, 이선균] 특별전의 작품으로 <나의 아저씨>의 5화가 상영되었다. 스페셜 토크에 참여한 ‘상훈,’ 박호산 배우와 <나의 아저씨> 그리고 그가 기억하는 ‘동훈,’ 이선균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작품이 온 것을 제외하고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방문이다. 소감이 어떤지. 부산이란 도시도 오랜만일 듯하다.
"촬영을 끝내고 와서 그런지 아직은 좀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이제 막 토크 행사도 끝나서 제대로 한숨을 돌려야 소감이 어떤지 알 것 같다 (웃음). 부산은…. 일단 부산이라고 하면 대도시 아닌가. 그럼에도 이렇게 예쁜 바다가 테두리로 있는 도시라 늘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 오랜만에 <나의 아저씨>를 마주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극장 스크린으로 상영된 건 처음이다. <나의 아저씨>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당연히 감회가 새롭다. 사실 <나의 아저씨>는 방영 전 발표가 되기도 전에 비판이 적지 않았던 작품이다. 제목부터 시작해서 아저씨와 어린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오해를 샀던 것 같다. 뭔가 시작도 하기 전에 뭇매부터 맞은 작품이라 다소 억울한 마음도 있었다. 그랬던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권위 있는 영화제인 부국제에서까지 상영할 수 있게 되어서 뭔가 후련하고 이 드라마의 레거시가 확고해진 것 같아 뿌듯하다."
▷ 이번 상영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이선균 회고전, [고운사람, 이선균]의 한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이 작품으로 이선균 배우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함께 연기하는 것은 어땠는가.
"맞다. 대학로 연극판에서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실제로 나이도 세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서 촬영 때는 진짜 형제처럼 지냈다. 작업 끝나면 술을 같이 어마무시하게 먹기도 하고…(웃음). 특히 <나의 아저씨>에서 했던 선균이의 연기가 좋았다. 사실 동훈이는 실제 (발랄했던) 선균이와는 많이 다른 캐릭터인데 선균이가 그걸 마치 원래 타고난 천성처럼 해서 놀랐다. 본인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려는 노력을 부단히 했다." ▷ 지금 막 스페셜 토크를 마쳤다. 관객의 반응은 어땠는가.
"일단 <나의 아저씨>를 안 보고 오신 분들은 없던 것 같다. 상영 후에도 거의 모든 분이 토크에 남아서 우리와 선균이와의 추억을 듣고, 공유하고 가신 것 같다. 사실 이선균 배우의 기사들이 나왔을 때 언론과 대중의 반응이 너무 공격적이었기 때문에 오늘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는데 관객분들이 모두 따뜻한 반응을 보여주셔서 고맙고 좋았다. 선균이의 회고전이라 굉장히 숙연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다기보다는 모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재미난 이야기에는 웃기도 하고… 살가운 분위기였다."
▷ 오늘 토크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기억 나는 추억이 있는지.
"<나의 아저씨>에서 자주 등장하는 건배사가 있다. 원래 대본에는 ‘테스토스테론 (남성 호르몬)!’ 이었다 (웃음). 내가 이게 발음이 너무 어려우니 바꾸자고 했다. 그래서 나중에 ‘후계, 후계 (드라마의 배경인 동네), 잔 비우게’로 바뀌게 된 것이다." ▷ 이선균 배우를 스크린으로 본 것이 장례식 이후로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큰 스크린으로 선균이의 얼굴을 보는 것은 어땠는지.
"스크린으로 보는 동안은 선균이가 이 세상에 없다는 걸 단 한 번도 인식하지 못했다. 상영이 끝나고 나서야 “아, 선균이가 없구나” 라고 느꼈던 것 같다. 아마 선균이와 일한 다른 배우들도 비슷한 심정이지 않을까." ▷ <나의 아저씨>는 박호산 배우에게도 이선균 배우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작품이다. 배우 박호산에게 <나의 아저씨>는 어떤 존재인가.
"사실 (<나의 아저씨>를 만나기 전에는) 드라마도 깊이를 가질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을 못 했다. 난 태생이 연극인이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아저씨>의 촬영이 진행되면서 많은 것들을 새로 느끼고 반성했다. 이 드라마가 대중적인 어필을 충분히 하면서도 담고 있는 이야기의 깊이와 감정적인 가르침은 그 어떤 것에 비견할 수 없는 심오한 것이었던 것 같다."
▷ <나의 아저씨>를 반복해서 봤을 것 같은데 현재 기준 가장 좋아하는 장면? 혹은 회차가 있다면?
"오늘 영화제에서 상영한 5회차를 원래부터 좋아했다. 지안과 할머니가 달을 보는 장면, 그리고 동훈이가 슈퍼에서 훔쳐 온 카트를 밀어주는 장면, 이런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올해에만 영화제를 세 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나 참석했다. 영화제에 오면 어떤 점이 제일 좋은가?
"그 지역마다의 음식이 제일 좋고 (웃음)…. 사실 영화제란 것이 공식적인 스케줄이면서도 공식적인 휴식 아닌가. 그래서 아무도 날 찾지 않아서 좋다. 지금보다 더 영화제에 자주 오고 싶다 (웃음)."
▷ 앞으로의 일정은?
"오랜만에 <나의 아저씨> 팀을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부산을 좀 즐기고 싶다. 그리고 돌아가서는 새로 시작하는 독립영화의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유쾌하고, 생각보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이선균 배우를 추억했다. 그것은 인간 이선균이 가진 고유의 쾌활함과 선함을 모두가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호산이 말했듯, 아직 우린 그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영영 그가 떠났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를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예전 인터뷰) 연극 300편 나온 '대학로 장승' 박호산 "난 대사를 외운 적 없다"
▶(관련 기사) "'스마트한' 오셀로가 돼보려구요…그래야 추락할 때 더 극적이죠"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