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일 때 줍줍하자"…리튬기업 인수 나선 광산대기업 [원자재 포커스]
세계 최대 광산기업 중 하나인 리오틴토가 미국 리튬 생산업체 아카디움을 인수한다. 공급과잉으로 리튬 가격이 폭락한 틈을 타 시장 확장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리오틴토와 아카디움은 각각 별도의 성명을 통해 양사가 인수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LSEG의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아카디움의 시장 가치는 33억1000만달러(약 4조4500억원)에 달한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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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이 최종 성사되면 리오틴토는 4개 대륙에 걸쳐 리튬 광산과 가공 공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앨버말과 SQM의 뒤를 이은 3대 리튬 공급업체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리튬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다.

각국의 에너지 전환 추진으로 몸값이 치솟았지만, 공급과잉으로 최근 가격이 급락하며 혹한기를 겪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순도 99.2% 탄산리튬 가격은 올들어 20% 이상 하락한 톤당 1만800달러를 기록했다. FT는 "이번 잠재적 거래는 글로벌 광업 산업이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합병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최신 신호"라고 전했다.

MST Marquee의 에너지 연구 책임자인 사울 카보닉은 "리오틴토가 큰 규모의 리튬 사업을 확보할 수 있는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리튬 침체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리튬 침체기로 인해 아카디움 주가도 연초 대비 60% 가량 하락세를 이어왔다. 아카디움의 주주 중 하나인 호주의 자산 운용사 블랙와틀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는 "리오틴토의 움직임이 리튬 가격 하락을 이용한 기회주의적 입찰"이라며 우려했다.

마이클 테란 블랙와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리오틴토가 기존 주주들의 동의를 얻으려면 약 80억 달러를 (인수금액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면서 "리튬 가격은 이미 바닥을 쳤고 내년 말까지 개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오틴토는 약 120만t의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세르비아의 자다르 광산 개발 허가를 따냈지만 환경오염 등을 우려한 지역 주민 반발에 직면해 프로젝트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카디움의 최근 2분기 실적에서 올해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