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도 징계사유가 되나요?
배우자가 있는 자의 간통행위 및 그와의 상간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었던 구 형법 제241조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으로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015. 2. 26.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 이른바 ‘불륜’에 대하여 국가가 형벌권 행사를 통해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가 징계권 행사를 통해 개입하는 것은 어떨까?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사업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는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데에 그 근거가 있으므로, 근로자의 사생활에서의 비행은 사업활동에 직접 관련이 있거나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것에 한하여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누23275 판결 참조). 여기서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체적인 업무저해의 결과나 거래상의 불이익이 발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행위의 성질과 정상, 기업의 목적과 경영방침, 사업의 종류와 규모 및 그 근로자의 기업에 있어서의 지위와 담당 업무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비위행위가 기업의 사회적 평가에 미친 악영향이 상당히 중대하다고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0두3689 판결).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근로자의 사생활에서의 비행에 해당하는 ‘불륜’은 그 자체만으로는 정당한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사업활동에 직접 관련이 있거나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불륜’은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만을 징계사유로 삼기는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직원의 배우자 등이 회사에 ‘불륜’ 문제를 제기하는 등으로 ‘불륜’을 인지하게 된 경우 회사로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사업활동에 직접 관련이 있거나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경우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불륜’에 수반되는 근무태만, 법인카드 등 회사 자산의 사적 사용, 인사 특혜, 동료들 간 인화 저해, 부정행위가 기사화되어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경우 등이다. 이때에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둘째, 취업규칙 등 관련 규정상 근거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취업규칙에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손상시킨 경우’, ‘직장 질서를 문란케 한 경우’와 같은 징계사유가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전에 이러한 규정이 있는지 점검하고, 만약 없다면 보완해 두는 편이 바람직하다.

셋째, ‘불륜’이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문제와 연관되는 경우는 아닌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즉 당사자 중 일방이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에 해당하는 경우 회사는 관련 법령에 따라 조사 및 적절한 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

넷째, 명예훼손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공연히 ‘불륜’ 사실을 적시할 경우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안을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

한편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적정한 징계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도 문제된다. 사안에 따라 징계양정 사유가 다양하게 존재할 것이나 ① 회사의 사회적 평가 내지 명예 훼손의 정도가 클수록 ②회사의 업무나 조직 질서 등에 악영향을 미친 정도가 클수록(사업장의 규모가 작을수록 악영향을 미친 정도가 크다고 볼 수 있음) ③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될수록 ④‘불륜’을 주도적으로 행한 자일수록 ⑤지휘·감독을 하는 등 상대적 우위에 있는 자일수록 징계수위가 높아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징계해고도 가능하다.

#간통죄에 대한 위헌 결정 이전 사례이기는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 약 13명의 비교적 소수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회사 내에서 부정행위를 하고,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본인에게 연락할 것을 요구하면서 연락을 하지 않으면 처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한 사안에서, 사내 질서 문란 행위를 사유로 한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서울행정법원 2013. 5. 15. 선고 2012구합20083 판결)

- 업무상 우월한 지위에서 자신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자와 불륜관계를 맺었고, 불륜관계가 회사 내외에 알려진 사안에서, 회사 이미지 및 명예가 훼손되고, 직장질서 문란 및 회사경영에 지장을 초래케 한 것을 이유로 한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중앙노동위원회 2014. 10. 23.자 2014부해840 판정)


#간통죄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의 사례로서 다음과 같은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

- 품위유지의 수준이나 도덕성이 높은 은행 고위직 간부의 경우, 부정행위가 사생활 영역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도, 언론보도와 국정감사에서의 질책 등으로 은행의 사회적 평가 내지 명예를 현저히 훼손하였기에 파면(해고)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20. 2. 11. 선고 2019나2031038 판결)

- 장기간 거래처 직원과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이 다른 거래처들에게 알려졌고, 거래처 직원이 불륜관계를 정리하려 하자 관계 지속을 요구하는 한편 사업장 내에서 소란을 일으킨 사안에서, 회사 내의 풍기 및 질서를 문란케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한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19. 10. 1. 선고 2019나2020533 판결)

- 비위행위가 직무나 공직기강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고, 미혼인 공무원이 여러 차례 기혼인 상대방의 교제 제의를 거절하였을 뿐만 아니라 불륜 관계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여러 차례 그만 만날 것을 요구하기도 한 사안에서 징계해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20. 4. 9. 선고 2019누59389 판결)

백종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