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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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업황이 매출 기준 사상 각각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전망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반도체 겨울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반도체 호황에 못 따라간다. 겨울이 맞다”고 평가했다.

노 센터장은 8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겨울론’의 근거로 제시된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B200)의 출시 지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의 초과 공급 △스마트폰·PC 수요 둔화로 인한 범용 D램 가격 하락 △AI 투자 버블론 등을 반박하며 이 같이 밝혔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김영우 기자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김영우 기자
우선 엔비디아의 블랙웰이 올해 안에 공급될 것이라고 노 센터장은 최근 대만 반도체업계를 탐방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망했다. 그는 “당초 엔비디아는 B200 출시 지연의 대안으로 미봉책을 적용한 제품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내년으로 연기했다”며 “원래 제품(B200)을 연내 출시할 수 있게 돼 수요가 정상 궤도로 복원되는 걸 확인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수요가 정상으로 복원되면 SK하이닉스가 공급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수요가 꺾이기 힘들다. 노 센터장은 “HBM의 공급 과잉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엔비디아가 블랙웰 다음 버전의 AI 가속기로 공개한 ‘루빈’의 경우 탑재되는 HBM 용량이 9배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TSMC의 증설 계획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성장세 지속을 예상하는 분석도 눈길을 끌었다. 노 센터장은 “엔비디아 AI 가속기를 100% 생산하는 TSMC는 패키징 생산능력을 현재 월 4만장에서 내년 4분기까지 월 7만5000장으로 거의 2배로 늘릴 계획”이라며 “이 정도로 가파르게 증설한다는 건 엔비디아 GPU 수요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범용 D램의 가격 하락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물량 밀어내기로 인한 ‘착시’라고 노 센터장은 분석했다. 가격이 하락하는 건 기존 제품은 DDR4인데, 메모리반도체 선도 기업들은 이미 생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 센터장은 “새로운 버전의 D램을 생산하면서 기존 버전의 생산을 중단하면 기존 버전 가격이 치솟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DDR4에서 DDR5로 넘어가는 이번 국면에선 중국 업체들이 DDR4 물량을 쏟아냈다”면서 “미국 대선이 끝난 뒤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제재 강화가 이런 시장 교란을 바로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DDR5 버전의 범용 D램 가격은 최근까지도 상승세라고 한다. 노 센터장은 “일반 서버용 D램 가격이 9월에도 1% 상승했다”고 전했다.

내년에는 HBM에 밀려 범용 D램의 생산량이 더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노 센터장은 “D램을 12장 쌓는 HBM3E 12단 제품의 경우 8단 제품보다 수율이 낮다”며 “이 때문에 내년 HBM에 할당되는 웨이퍼 비중이 예상(20%)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AI 투자 버블론에 대해서도 노 센터장은 “인프라를 깔고 나면 관련 기업들의 수요가 사라진 통신과 인터넷 버블의 논리”라며 선을 그었다. AI를 활용하기 위한, 추론 분야의 투자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서 AI 추론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노 센터장은 소개했다. 가장 유명한 게 신약 개발을 위한 물질 스크리닝을 돕는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 같은 AI 산업 확장의 훈풍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HBM 분야 경쟁력이 SK하이닉스에 크게 뒤처졌기 때문이다. 노 센터장은 “D램을 12장 쌓는 12단을 만드는 공법에서도 SK하이닉스 솔루션에 대한 고객사들의 만족도가 크다. 당장은 삼성전자가 경쟁력 격차를 좁히기 힘들다”며 “D램을 붙이는 공법이 바뀌는 HBM4의 시대가 왔을 때 삼성전자의 추격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