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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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6일 약초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청계산에서 찍었다는 버섯 사진 여러 장을 공개하며 "이거 독버섯일까요"라는 내용의 문의를 남겼다. 사진 속 버섯들은 둥그런 갓에 곧은 버섯 기둥이 연결된 모습이었지만 색이 각각 흰색과 노란색으로 달랐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은 "흰색 버섯은 식용인 '큰갓버섯'처럼 보이지만, 독버섯 사고의 주범 중 하나인 '망토큰갓버섯'"이라며 먹지 말 것을 권했다.

산행 등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가을철 '독버섯'을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독버섯은 독이 없는 버섯과 외형상 구분이 어렵고, 독성의 종류도 다양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독버섯 섭취 시 발병하는 '독버섯 중독'은 경우에 따라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독 시 일단 속부터 비워내야…심하면 '혈액 투석' 조처도"

최근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국내 분포하는 버섯 2200여종(국가표준 버섯 목록 기준) 가운데 독버섯이거나 몸에 독소로 작용하는지 불분명한 버섯은 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버섯들은 대부분은 가을에 자라난다.

독버섯은 자연 상태에서 발생해 인간에게 급성 중독을 일으키는 유독 성분을 뜻하는 '자연독'을 품고 있다. 독버섯에 함유된 '버섯독'은 식물성자연독 중에서도 감자독 등 다른 독보다 종류가 다양하다. 따라서 독버섯 중독도 그 증상이 제각각이다.

가장 대표적인 버섯독인 아마니타톡신(amanitatoxin)은 독우산광대버섯, 일광대버섯 등에 함유돼있다. 보통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나오는 위장 질환과 설사 등을 유발한다. 반면 땀버섯, 솔땀버섯 등에 들어있는 무스카린(muscarine)은 신경 계통에 영향을 준다. 시력이 갑자기 안 좋아지거나 땀·침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밖에 이보텐산(ibotenic acid)을 품고 있는 독버섯도 있다. 마귀광대버섯, 뿌리광대버섯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중독 시 환각과 이상 흥분 증상이 나타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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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일단 독버섯을 먹었을 경우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법은 '구토'라고 조언한다. 양혁준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버섯독 종류에 맞는 치료제를 써야 하는데, 그 전에 독이 더 이상 몸에 흡수되지 않도록 속을 게워내는 것이 우선"이라며 "섭취 후 짧은 시간 내에 신속하게 구토할 경우 자연 해독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섭취한 버섯의 양이 많거나, 속을 제대로 비우지 않았을 경우엔 복통과 황달이 이어질 수 있다. 심하면 심한 탈수나 신부전으로 인한 쇼크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독버섯 섭취 후 차도를 지켜보다가 증세가 악화하면 당장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양혁준 교수는 "내원 시 먹고 남은 독버섯이나 이를 찍은 사진을 가져오면 독에 맞는 치료제를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다. 내원 후 주사 처치와 위세척을 받고도 이미 다량의 독성이 몸에 흡수됐다면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한다"며 "버섯독은 치사율이 굉장히 높은 독이므로 초기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흔히 '색이 화려하면 독버섯'이라고 생각하는 데 결코 아니다. 정확히 어떤 종류의 버섯인지 알지 못하면 섭취하지 않는 것이 맞다"며 "간혹 별생각 없이 누군가한테 받은 독버섯으로 요리한 음식을 온 가족이 나누어 먹고 모두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산림청 국립수목원 홈페이지에는 산행 중 종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버섯을 발견했을 때 참고할만한 '우리나라 독버섯 생태 도감'이 올라와 있다. 도감에는 각종 자생 버섯에 대한 조사 및 분류 결과가 담겨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