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변죽만 울린 중국정부
[마켓칼럼] 변죽만 울린 중국정부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마켓칼럼] 변죽만 울린 중국정부
임태섭 경영학박사 / 성균관대 GSB MBA과정 교수

중국정부의 대규모 증시 부양책

최근 발표된 중국 인민은행의 주식시장 부양책과 중앙정부의 재정투입 의지는 중국 증시를 며칠 새 15% 가까이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두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은 중앙은행으로서 가용 가능한 거의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중앙은행의 '바주카'가 동원된 것이다. 이번 발표된 부양책에는 금리인하뿐 아니라 지급준비금 인하와 자산운용사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주식매수를 위한 신용공여(Credit Facility)와 주택담보대출을 위한 신용공여를 포함했다. 주식매수를 위한 신용공여에는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부양책은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 부양에 대한 중국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려 했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변죽만 울린 정책

주식시장의 즉각적인 긍정적 반응을 차치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부양책이 중국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세와 주식시장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는가이다. 필자는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중국정부와 인민은행의 부양책 역시 지금까지 발표된 부양책들과 같이 중국경제를 현재의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기에는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고 있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현재 진행중인 중국경제의 디플레이션 상황은 지나친 신용창출과 레버리지를 통한 부동산 부문에 대한 자본의 비효율적 투입과 그로 인한 부실자산에 기인한다. 일본경제도 경험했던 신용버블로 인한 부실자산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실자산의 상각을 통한 손실의 현실화와 필요시 금융시스템에 대한 자본확충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고통스러운 과정은 2008년 주택시장 버블 붕괴 후 미국경제가 거쳤으며 우리나라도 1998년 외환위기와 함께 거쳤던 과정이다.

부실자산 상각과 자본확충 선행되어야

주택시장 버불 붕괴 후 미국경제는 부실자산의 상각과 금융시스템의자본확충을 통해 경제를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 리플레이션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이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가계의 디레버리징이 진행되며 가계부채 비율을 GDP의 100%가 넘는 수준에서 80%대로 재조정할 수 있었고 나아가 가계소비가 회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했던 일본경제는 기나긴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통화의 양적확장을 통한 실질금리의 인하 및 유동성 확충은 이러한 선행 과정에 뒤이어 실시될 때만 통화승수(Money Multiplier)의 안정 내지 회복과 함께 지속 가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중국경제 역시 부실자산의 상각과 금융시스템의 자본확충이 일어나야만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되는 중국의 부양책은 지속 가능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지난해부터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중국의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책은 결국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으로 경제를 몰아갈 뿐이다.
[마켓칼럼] 변죽만 울린 중국정부

중국경제가 유동성 함정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은 중국 국채금리의 지속적 하락에서 잘 보인다. 부실자산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시장가격이 균형점에 도달하지 못하며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수 없다. 가격하락이 지속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중국 가계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 하락은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이는 총수요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의미이다. 기업과 가계의 대출수요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대출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금융시스템의 과잉 유동성을 초래하게 되며 이를 운용해야 하는 금융기관은 국채 투자에 몰릴 수 밖에 없다. 국채 투자로 유동성이 몰리며 금리가 하락하자 중국 정책당국은 이미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며 창구지도를 통해 국채 투자를 억제하며 금리하락을 방어하려 하고 있다. 이런 창구 지도는 또다시 금리가 시장균형점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며 경제시스템의 불균형을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최근 발표된 부양책에도 하락세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결국 손실 분담이 문제

부실자산의 상각은 손실분담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손실분담은 금융기관과 가계에 집중되며 정부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한 자본확충과 손실분담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소비 위축에 대응한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하여 총수요회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중국은 이미 2000년대초 부실자산의 대규모 상각과 금융시스템 자본확충을 달성한 경험이 있다. WTO에 가입하며 중국은 금융시스템의 부실자산 상각과 자본확충에 적극 나섰으며 해외자본은 기꺼이 중국은행들의 대규모 자본확충에 적극 참여하였다. 하지만 최근의 지정학적 긴장 국면과 중국정부의 외국기업과 자본에 대한 거친 대응방식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해외자본의 적극적 투자가 가능할 지 의문이다. 결국 중국 중앙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손실분담 과정에서 수반되는 가계 자산에 대한 충격과 정치적 혼란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권교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현재의 중국 중앙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결국 최근 반짝한 중국증시의 행보는 비중확대 보다는 비중 축소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