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표지석. 사진=노정동 기자
금융감독원 표지석. 사진=노정동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자산운용업계 자율성 제약 요인으로 지목받던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상관계수 규제의 완화를 추진한다. 금융감독원은 내부적으로 액티브 ETF 규제 완화 방침으로 방향을 정하고 이와 관련해 자산운용업계에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지수(비교지수)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펀드매니저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한 ETF 상품들이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8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ETF 운용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지난달 말 일부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구했다. 금감원이 작성한 자료에는 △액티브 ETF 상관계수 요건 완화 △액티브 ETF 블라인드(지연 공개) 허용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채 투자한도 상향 등에 대한 건의안 등 구체적인 제도 개선 계획이 담겼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 측의 의견 취합에 대해 "각 사안들에 대한 결론을 열어둔 의견 수렴은 아니었다"며 "이미 굵직한 제도 개선 방향성을 (액티브 ETF 상관계수 완화로) 정한 뒤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기 위한 취지에서 기업들의 의견을 모으는 단계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액티브 ETF 상관계수 완화다. 그간 상관계수 완화(폐지)는 대부분 운용사들이 주장해 온 숙원이었다.

액티브 ETF는 기존 ETF가 기초지수를 수동적으로 추종하는 것과 달리 펀드 매니저가 자율적으로 편입 종목과 매매 시기를 결정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116조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수 추종이 역할인 패시브 ETF뿐 아니라, 액티브 ETF에도 상관계수 규정을 뒀다. 패시브 ETF는 상관계수가 0.9 이상, 액티브 ETF는 0.7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관계수란 해당 종목이 기초지수(액티브는 비교지수) 성과를 얼만큼 잘 복제하는가를 나타낸다. 1에 가까울수록 지수 추종률이 높은 것이다.

만일 이 기준수치 미만으로 3개월간 지속되면 해당 ETF 종목은 상장폐지된다. 이처럼 지수 추종의 압박이 있다보니, ETF 수익률을 올리기 쉽지 않다는 운용역들 지적이 많았다. 특정 종목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더라도 그 종목의 비중을 크게 늘리면 상관계수가 깨질 수 있어 결국 비교지수에 담긴 비중 수준으로만 유지하게 되는 식이다.

금감원은 이처럼 해외 주요국들 대비 경직된 규제 환경이 운용 전략의 차별성을 떨어트린다고 봤다. 실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액티브 ETF 상관계수 유지조건이 없다. 이에 금감원은 규정을 손질해 액티브 상관계수 요건을 기존 0.7에서 0.3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상관계수 완화 방침은 굳혔지만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저울질 중이다. 상관계수를 0.3이나 0.5로 낮추는 안, 아예 상관계수 규정을 없애는 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국내 주요 액티브 운용사의 한 운용역은 "알파 수익률을 낼 수 있었음에도 지수에 의존해 가며 ETF를 굴려야 하는 상황이 많았고, 이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투자자 민원 또한 많았다"며 "규정이 개선된다면 투자자들로선 폭넓은 선택지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액티브 ETF의 자산구성내역(PDF)을 지연 공개하는 사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국내 공모 액티브펀드의 경우 PDF 일부만 공개할 수 있는 반면, ETF는 구성종목을 일일 공시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운용전략을 공개하길 꺼리는 일부 운용사들은 선행매매·추종매매 등의 우려를 제기해 왔다. 이에 금감원은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117조를 고쳐 PDF 구성종목 공개 요건을 완화, 전략이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을 방침이다. 다만 이 점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이견이 뚜렷해 방향성이 조절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등 해외 주요국은 오히려 투자자들을 위해 PDF를 일일 공개하는 것으로 바뀌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부 자료 '액티브 ETF 운용규제 개선안' 중 일부. 사진=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금감원 내부 자료 '액티브 ETF 운용규제 개선안' 중 일부. 사진=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이 밖에 OECD 회원국 국채 투자한도를 기존 30%에서 100%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OECD 회원국과 중국 등에서 발행한 국채는 펀드(ETF) 자산의 30%까지만 담을 수 있게 돼 있다. 반면 한국 국채는 100% 편입할 수 있다. 이런 규정 때문에 운용사들은 해외채권펀드 운용 시 안정성이 높은 외국국채 현물을 단독으로 편입할 수 없어 재간접형 설정을 해야 했다. 이에 금감원은 한국보다 객관적인 신용등급이 높거나 같은 수준의 국가의 경우에는 100%까지 편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현물투자 해외채권 ETF 상품이 보다 다양해질 전망이다. 이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80조를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 밖에도 금감원은 개정 필요사항으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대상에 ETF 추가 △퇴직연금에서 선물형 ETF 투자 허용 등에 대한 사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디폴트옵션 적격상품에 ETF를 도입하는 안이 실현될 경우 ETF 시장 규모가 지금보다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이 고려 중인 사안들은 모두 법·규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업계 의견 수렴 등을 거친 뒤 제도 개선 건의안을 확정, 금융위 등과 협의할 방침이다.

다만 금감원 측은 아직 ETF 운용규제 개선과 관련,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무 계획에서 밝힌대로 내부적으로 ETF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운용규제 개선을 두고 여러 안들을 검토 중"이라면서 "특정한 방향성 등이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