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통령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통령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역대급 여소야대 국면을 헤쳐나가야 할 국민의힘이 단일대오는커녕 자중지란에 빠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으로 '민심 이반'이 극심해지는 와중에도 하나로 똘똘 뭉치지 못하고 계파 갈등으로 분열하는 모습이다.

9일 여권에 따르면 고착화된 '윤한(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갈등'에 이어 친윤(親윤석열)계와 친한(親한동훈)계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떠 올랐다. 불씨를 댕긴 건 지난 6일 서울 모처에서 이뤄진 친한계 만찬 회동이었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선출됐지만, 원외 대표라는 한계 속에 원내 '우군'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 한 대표가 당내 세력 구축에 나선 것이다. 전당대회까지도 계파색을 잘 드러내지 않던 친한계 의원들이 단체로 움직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찬 시점도 공교롭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틀 전인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 이탈표가 4표가 나왔던 상황이라, 친한계가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보란 듯이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실제로 만찬에서도 대통령실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발언이나,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언급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차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차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때마침 출국하는 날 친한계가 보란 듯이 결집했다는 건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7일 YTN 라디오에서 "이번 만찬은 한 대표가 의도한 것이다. '나는 왕따가 아니야', '나는 고립되지 않았어', '내 편에 20명 정도는 있어', '나 중대 결심할 수 있어' 같은 협박성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 한 국민의힘 의원도 "언론에서 친한계라고 표현하는 의원들만 모셔서 식사를 한 건 당 대표의 역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차라리 아예 비공개로 해야 했다. 언론의 관심도 물론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의도적으로 만찬 소식을 흘린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친윤계가 강도 높게 반발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좌장 격인 권성동 의원은 지난 7일 채널A 라디오에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광고하면서 모임을 가진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당 대표는 전체 당원의 대표인데, 친한계 의원끼리 만찬을 했다는 보도는 당에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영세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대동단결해도 부족한 지금 이런 계파 모임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 사진=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 사진=뉴스1
친한계는 계파 모임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장동혁 의원은 지난 8일 MBC 라디오에서 "식사 자리를 계파로 해석하기보다는 현안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자리로 해석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정훈 의원은 지난 7일 CBS 라디오에서 "계파 정치는 확실한 오너와 좌장이 있어야 하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는 없다"고 말했다.

만찬 회동 이전부터 친윤계와 친한계는 건건이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달 말에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만찬 전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데 대해 친윤계가 한 대표 측이 독대 요청 사실을 일부러 언론에 흘렸다고 의심해 잡음이 일었다. 또 지난 8월에는 한 대표가 의료 개혁 관련 정부의 입장 전환을 요구했을 때도 친윤계는 "말 한마디로 툭툭 던진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권성동 의원)고 반발했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 대표는 모든 행동을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게 반드시 중요하다. 지금은 작은 행동도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세를 과시하려는 측면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직 계파 정치가 부활한 것은 아니고, 조짐만 있어 보인다"면서도 "계파 갈등은 공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