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중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금융소득세 강화 기조를 철회했다.

'표심 구애' 이시바, 금융소득과세 강화 철회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중의원 질의에서 ‘금융소득세를 강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구체적으로 검토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축에서 투자로 흐름을 계속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금융소득세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달 2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금융소득세 강화를) 실행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고노 다로 전 디지털상,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등 경쟁자들은 자민당 정부의 개인 투자 활성화 기조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다음 날 이시바 총리는 “신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개인형확정기여연금(iDeCo)에는 과세 강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NISA와 iDeCo는 중산층의 자산 형성과 증시 활성화를 위해 소액 투자에 한해 세액공제 및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금융소득세 강화는 이시바 총리가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 때도 내세운 소신이다. 일본은 소득에 최고세율 45%의 누진과세를 적용하는 반면 주식 매각·배당 등 금융소득에는 20% 단일세율을 매긴다. 자산 소득이 많은 부유층에 유리한 구조다. 이에 총소득 1억엔까지는 소득 증가에 따라 부담 세율이 높아지지만 그 위 초고소득자는 오히려 세금 부담률이 줄어드는 ‘1억엔의 벽’ 현상이 나타난다. 이시바 총리는 이를 타파하고 과세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런 금융소득세 강화 기조는 일본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시바 총리 당선 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8% 떨어졌다.

이시바 총리가 금융소득세 강화 의지를 거둬들인 이유도 오는 27일 중의원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시바 총리는 자신의 지론인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에 관해 “단시간에 실현된다고 당연히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본인이 찬성 의지를 밝힌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부부가 다른 성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개인적 견해를 말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시바 총리가 전 정권(기시다 후미오 전 정부) 입장에 접근하는 현실 노선으로 수정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