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태 칼럼] 이창용 총재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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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수장으로서
정부에 훈수 둘 수 있지만
본연의 역할이 더 중요
통화정책 핵심은 타이밍인데
점점 커지는 금리인하 실기론
우려 잠재울 수 있을까
정종태 한경닷컴 대표
정부에 훈수 둘 수 있지만
본연의 역할이 더 중요
통화정책 핵심은 타이밍인데
점점 커지는 금리인하 실기론
우려 잠재울 수 있을까
정종태 한경닷컴 대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행보가 수상하다. 역대 한은 총재와 달리 우리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잇따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 이례적이긴 하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게 맞냐’는 보고서에 이어 “강남 학생들이 서울대를 휩쓰니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교육 문제까지 거론하더니, 지난주에는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최상목 부총리를 앞에 두고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한마디로 정부에 잘하라는 훈수를 둔 것인데, 다소 과장하자면 과거 1950년대 한은 설립 당시 재무부가 ‘한국은행 세종로 출장소’로 불리던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다.
이것을 두고 “한은 총재의 월권이다” “통화정책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참견이냐” 같은 비판과 비아냥이 많다. 하지만 한은 총재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라고 본다. 전임 이주열 총재 역시 온화한 성품 탓에 그의 목소리가 언론에 노출이 잘 안됐지만,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 필요성을 사석에서 여러 차례 강조하곤 했다.
사실 한은 입장에선 통화정책의 목표인 물가와 금융안정을 금리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물가만 하더라도 금리로 억누르기 힘든 공급 측면 요인이 있고, 금융 안정 역시 여러 거시 정책과 중첩되는 문제여서 통화정책만으론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한은 혼자 ‘독박을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이 총재는 거시와 금융 분야에 누구보다 정통하다.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을 지낸 8년간 한국 경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봤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어쩌다 중앙은행 총재가 됐지만, 통화정책만으론 구조적인 문제를 푸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역대 그 어느 총재보다 강하다. 일각에선 다음 경제부총리를 노리고 한 것이란 얘기도 있지만, 그런 정치적인 사고에 능할 사람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본연의 역할인 통화정책까지 변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통화정책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외부 이슈에 목소리를 높인다면 모르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그다지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는 않다.
우선 과거 코로나19 기간 무제한으로 푼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2022년 초부터 통화 긴축정책을 시작했을 때 이 총재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건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막바지에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때 좌고우면한 측면이 강했다. Fed가 2022년 10월부터 연 3.25%인 금리(상단 기준)를 이듬해 6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연 5.5%까지 올릴 동안 한은은 연 3.25%에서 연 3.5%로 한 차례 베이비스텝을 밟았을 뿐이다. 전임 총재들조차 “나 같으면 한두 번 더 올려놓고 나중에 내릴 때를 대비해 룸을 만들어놨을 것”이란 지적을 한다. 한은 내부에서도 당시 이 총재가 소심하게 대응한 결과 Fed가 금리 빅컷을 단행하는 최근 상황에서도 따라가지 못하고 또다시 좌고우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8월 금통위 금리동결 직후 “부동산 가격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란 논리를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적절한 판단이었냐는 의구심이 많다. 그 스스로 통화정책 결정에 가장 큰 판단 근거가 Fed 움직임이라고 해놓고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임 총재 3명에게 물었다. 모두 “통화정책의 첫 번째 목표인 물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 총재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가 3년 반 만에 1%대로 떨어지면서 10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의 참고서인 Fed가 이번엔 정반대의 보수적인 입장으로 바뀔 분위기여서 이 총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달 빅컷 단행 후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다.
재정정책도 그렇지만 통화정책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시장이 과열될 때 금리를 올리고, 냉각될 때는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그 타이밍이 정확해야 정책 효과가 극대화된다. 과거 한은은 금리인하 타이밍을 놓쳐 여러 차례 실기론에 휩싸였다. 이번에도 시장에선 이 총재의 실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오는 11일 금통위에서 이 총재가 어떤 결론을 이끌어도 그 비판은 잠잠해질 것 같지 않다.
이것을 두고 “한은 총재의 월권이다” “통화정책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참견이냐” 같은 비판과 비아냥이 많다. 하지만 한은 총재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라고 본다. 전임 이주열 총재 역시 온화한 성품 탓에 그의 목소리가 언론에 노출이 잘 안됐지만,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 필요성을 사석에서 여러 차례 강조하곤 했다.
사실 한은 입장에선 통화정책의 목표인 물가와 금융안정을 금리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물가만 하더라도 금리로 억누르기 힘든 공급 측면 요인이 있고, 금융 안정 역시 여러 거시 정책과 중첩되는 문제여서 통화정책만으론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한은 혼자 ‘독박을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이 총재는 거시와 금융 분야에 누구보다 정통하다.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을 지낸 8년간 한국 경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봤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어쩌다 중앙은행 총재가 됐지만, 통화정책만으론 구조적인 문제를 푸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역대 그 어느 총재보다 강하다. 일각에선 다음 경제부총리를 노리고 한 것이란 얘기도 있지만, 그런 정치적인 사고에 능할 사람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본연의 역할인 통화정책까지 변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통화정책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외부 이슈에 목소리를 높인다면 모르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그다지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는 않다.
우선 과거 코로나19 기간 무제한으로 푼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2022년 초부터 통화 긴축정책을 시작했을 때 이 총재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건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막바지에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때 좌고우면한 측면이 강했다. Fed가 2022년 10월부터 연 3.25%인 금리(상단 기준)를 이듬해 6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연 5.5%까지 올릴 동안 한은은 연 3.25%에서 연 3.5%로 한 차례 베이비스텝을 밟았을 뿐이다. 전임 총재들조차 “나 같으면 한두 번 더 올려놓고 나중에 내릴 때를 대비해 룸을 만들어놨을 것”이란 지적을 한다. 한은 내부에서도 당시 이 총재가 소심하게 대응한 결과 Fed가 금리 빅컷을 단행하는 최근 상황에서도 따라가지 못하고 또다시 좌고우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8월 금통위 금리동결 직후 “부동산 가격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란 논리를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적절한 판단이었냐는 의구심이 많다. 그 스스로 통화정책 결정에 가장 큰 판단 근거가 Fed 움직임이라고 해놓고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임 총재 3명에게 물었다. 모두 “통화정책의 첫 번째 목표인 물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 총재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가 3년 반 만에 1%대로 떨어지면서 10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의 참고서인 Fed가 이번엔 정반대의 보수적인 입장으로 바뀔 분위기여서 이 총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달 빅컷 단행 후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다.
재정정책도 그렇지만 통화정책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시장이 과열될 때 금리를 올리고, 냉각될 때는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그 타이밍이 정확해야 정책 효과가 극대화된다. 과거 한은은 금리인하 타이밍을 놓쳐 여러 차례 실기론에 휩싸였다. 이번에도 시장에선 이 총재의 실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오는 11일 금통위에서 이 총재가 어떤 결론을 이끌어도 그 비판은 잠잠해질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