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만 재외동포 시대, 국제 상속의 '함정' 피하는 법 [조웅규의 상속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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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거법 결정이 핵심...국내법 적용 시 유류분 주의
거주자 vs 비거주자, 상속세 과세 기준 달라
거주자 vs 비거주자, 상속세 과세 기준 달라
한경 로앤비즈가 선보이는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최근 국제 상속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2023년 기준 재외동포가 708만 명에 달하고,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이 있는 국민이 상당수다. 재외 동포들은 여전히 한국과 연결되어 있어 국제 상속 문제에 주의가 필요하다. 국제 상속은 각국의 법률과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속보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준거법 결정이 핵심
국제 상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관계의 해석과 판단의 기준이 되는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의 법률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상속 법률관계에서 따라야 하는 절차나 그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은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을 준거법으로 한다. 예를 들어, 한국 국적자 A가 미국 시민권자인 자녀 B와 C를 두고 사망한 경우, 상속 법률관계의 준거법은 ‘A의 본국법인 대한민국 법률’이 된다. 만약 A가 40억원의 재산을 두 자녀 중 B에게만 유증했다면, 미국법에 의하면 아무런 구제를 받을 수 없지만, 한국법에는 유류분 제도가 있어 C는 B를 상대로 10억원의 유류분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국내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에 따라 과세 기준이 다르다. 거주자라면 전 세계 재산에, 비거주자라면 국내 재산에만 과세한다. 비거주자는 거주자와 달리 기본 공제 외에 각종 공제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위 사례에서 A가 30억원 상당의 서울 소재 아파트와 10억원 상당의 미국 LA 소재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사망했다면, A가 대한민국 거주자인 경우 두 부동산 모두에 대해, 비거주자인 경우 서울에 소재한 아파트에 대해서만 상속세가 부과될 것이다.
상속 절차와 유의 사항
상속 발생 시 주요 절차는 다음과 같다. 상속재산 내역 확인, 유언서의 존재 확인 및 집행, 유언이 없는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 상속재산 이전, 상속세 신고 및 조사 대응 순서로 절차가 진행된다.
정부는 피상속인이 대한민국 국민일 경우, 상속재산 내역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정부24 안심상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재외동포인 상속인도 온라인이나 국내 대리인을 통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유언서 처리 과정에서는 자필증서, 녹음, 비밀증서 방식의 유언서가 발견되면 가정법원에 검인을 청구해야 하며, 법원은 상속인 기타 유언의 내용과 관계 있는 자에게 검인 절차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게 된다. 그러나 해외 체류 중인 관계자가 있을 경우, 영사 송달 절차로 인해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검인 절차를 거칠 필요 없는 '공정증서 방식의 유언'이 신속한 집행을 위해 유리하다.
유언이 없는 경우, 상속재산은 상속인 전원의 협의나 법원 심판을 통해 분할된다. 재외동포가 상속인인 경우, '아포스티유' 또는 '영사 인증' 등 상당히 번거로운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 상속세 신고 시 각종 공제 등 상속세 절세를 위해서는 신고 기한 전에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마치는 것이 좋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속재산분할 심판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최소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며 2심, 3심까지 진행될 경우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런 불필요한 절차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언집행자를 미리 지정하고 공정증서 방식의 유언서를 작성하거나 생전에 ‘유언대용신탁’을 미리 설정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상속재산 이전 시 금융기관은 '모든 상속인(내지 수증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지만, 실무적으로 금융기관이 지급을 거부하는 이상 법원 소송 외에 지급을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유언 등의 방법으로 사전에 상속인들의 동의를 확보하는 것이 상속재산을 신속하게 상속인에게 이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상속인은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모든 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 9개월) 이내에 상속세를 신고해야 한다. 상속재산의 가액이 적어 상속세를 납부할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속세 신고는 필요하다. 특히 해외로 상속재산을 반출하기 위해서는 이를 처분해 현금화하고 해당 재산에 대한 세금이 모두 납부됐다는 확인서를 제출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유류분 제도를 피할 방법
마지막으로 한국의 유류분 제도는 국제 상속에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법이 준거법이 되어 유류분이 적용된다면 피상속인이 준비한 상속 법률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상속인들의 실질적인 상속분에도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류분 제도를 피할 방법이 있을까? 재외동포가 아직 대한민국 국적자라면 원칙적으로 국내 상속법이 적용돼 유류분 제도를 피하기 어렵다. 다만 해외 거주 중인 재외동포가 유언으로 거주국 상속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면 해당 국가 상속법에 유류분 제도가 없다면 결과적으로 유류분 제도를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국적자인 갑이 미국 LA에 거주하면서 상속에 관한 준거법을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으로 지정하는 유언서를 작성하고 사망할 때까지 미국에 일상 거소를 유지하면, 캘리포니아주의 상속법이 적용되므로 대한민국의 유류분 제도를 피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해석에 대하여는 유류분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고, 대법원 판례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므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국제 상속은 일반적인 국내 상속과는 달리 상속 관련 국가의 법체계와 국제사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제대로 된 대비가 가능하다.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사전에 충분히 준비한다면, 상속이 개시되었을 때 겪게 되는 절차적인 번거로움을 피하고 상속재산이 상속인에게 신속하게 이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속의 실질적인 내용에서도 유리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조웅규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ㅣ 서울대학교 법학대학 학사, 동 대학원 석사(민법/신탁법 전공)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서 1년간 연수했다. 상속자문·상속분쟁·기업승계 등 자산관리와 자산승계 분야 전문 변호사로 대기업 및 중견·중소기업 오너 일가의 상속재산분할, 유류분 반환청구 등 다수의 상속분쟁 및 상속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국내 최초로 로펌 내 종합자산관리센터인 'Estate Planning Center'의 설립을 주도하여 현재 자산승계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 삼성생명,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성균관대, 부산외국어대 최고국제경영자과정(AMP), 전미한인공인회계사협회, 어바인 한인상공회의소 등에서 많은 강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