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강은구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여야 간 합의를 전제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4%로 높이는 개혁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국회가 합의한 개혁안을 정부가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미지만, 재정 건전성을 위해 연금개혁을 추진한다는 애초 취지에서 정부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복지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4% 이상이 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냐’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도록 정부도 지원하겠다”고 답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당인 국민의힘도 소득대체율 42~45%에서 절충점을 찾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하면 정부가 나서서 반대할 뜻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40%(2028년 기준)에서 42%로 상향하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같은 모수개혁에 더해 가입자 감소 등 인구 변화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까지 도입해야 기금 고갈 시점이 2088년으로 32년 늦춰질 수 있다고 정부는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대체율이 44% 선까지 높아지면 국민연금 재정에는 오히려 ‘독’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안을 논의할 당시 “여당(국민의힘)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하겠다”고 물러섰지만 국민의힘이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여야 합의는 무산됐다. 일각에선 연금 재정을 위한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야당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이번 국회에서 후순위 과제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조 장관은 이날 “구조개혁에 논의를 집중하다 보면 모수개혁도 안 된다”면서도 “(국민연금과) 직접 연결된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은 같이 가줘야 한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