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의혹을 겨냥한 상설 특검을 추진한다. ‘김건희 특검법’ 처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두 차례 막히자 기존 제도인 상설 특검을 활용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본격적인 ‘빌드업’에 나서는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김 여사 의혹으로 덮어보려는 의도도 깔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8일 ‘대통령실 수사 외압 등 권력형 비리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수사 요구안’을 국회사무처에 제출했다. 수사 대상은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22대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사건 등이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여사 관련) 개별 특검은 별도로 추진하고, 상설 특검은 병행하는 개념”이라며 “다른 의혹은 특검법에서 다룰 계획”이라고 했다.

상설 특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여야 합의로 도입됐다. 별도의 특검법을 제정하지 않더라도 수사 요구안이 국회 본회의만 통과하면 가동된다. 개별 특검법에 비해 수사 기간이 최장 90일로 짧고, 인력 규모도 작지만 법을 새로 제정하는 게 아니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상설 특검 카드를 꺼낸 배경이다.

유일한 걸림돌은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원칙인 특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이다. 현행 ‘특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후보추천위 위원 7명 중 3명은 법무부 차관·법원행정처 차장·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추천하고, 나머지 4명은 국회가 추천한다. 규칙상 제1(민주당), 제2(국민의힘) 교섭단체가 각 2명을 추천한다.

민주당은 후보 추천에서 국민의힘을 아예 배제하는 내용으로 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 개정안대로라면 국민의힘 대신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에 각각 추천권이 부여된다. 규칙 개정은 국회 운영위 등을 통해 민주당 단독으로 가능하다. 민주당은 규칙 개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특검 수사 요구안을 순차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는 11월께 상설 특검 규칙 개정과 개별 특검 입법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설특검법 규칙 개정안은 야당 직속의 또 하나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야당이 수사권·기소권을 독점하고 특검 수사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은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국회 교육위에서 민주당은 김 여사 논문 대필 의혹 관련 인물인 설민신 한경대 교수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단독 발부했다.

한재영/도병욱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