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7월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강제 불임수술을 강요당했던 피해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7월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강제 불임수술을 강요당했던 피해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법원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구(舊) 우생보호법' 관련 피해자 보상법안이 8일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 법은 '구 우생보호법'에 따라 강제 불임수술 등을 받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 기준을 담았다.

일본 정부는 불임 수술을 강요받은 피해자에게 1500만엔(약 1억4000만원), 배우자에게는 500만엔(약 4560만원)을 각각 지급하게 된다. 강제로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은 피해자에게는 일시금 200만엔(약 1820만원)이 지급된다.

보상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별도 신청 절차를 거쳐야 보상금이 주어진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 재판부는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으나, 정부와 국회는 주로 '보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아울러 참의원은 이날 "우생사상에 근거해 잘못된 시책을 추진한 데 대해 심각하게 책임을 인정해 진심으로 깊이 사죄한다"는 결의도 채택했다. 이 사안을 담당하는 미하라 준코 저출산정책상은 취재진에 "모든 피해자에게 보상이 확실히 이뤄지도록 구체적인 시책을 확실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최고재판소는 1948년 제정돼 1996년까지 약 50년 동안 시행된 구 우생보호법이 위헌이라고 지난 7월 결정했다. 나치 독일의 '단종법'(斷種法)을 좇아 만들어진 이 법은 제2차 세계대전 뒤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불량한 자손 출생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시행됐다.

국회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1948년부터 1996년까지 이 법에 따라 유전성 질환자, 지적장애인 등을 상대로 임신중절·불임 수술이 이뤄졌으며, 불임수술을 받은 2만4993명 중 강제에 의한 경우가 무려 1만6475명에 달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