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의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투명 마이크로 액정표시장치(LED)’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의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투명 마이크로 액정표시장치(LED)’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연구개발(R&D) 투자와 시설 투자를 집행하며 미래 성장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상 최대 R&D·시설 투자…'AI 시대' 주도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R&D 투자액 28조3400억원은 영업이익 6조5700억원의 네 배가 넘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R&D에 역대 분기 기준 최대인 7조55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 1분기 7조8200억원, 2분기 8조500억원을 투입했다. 매 분기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똑똑한 AI 가전·스크린

이재용 회장
이재용 회장
삼성전자는 전 세계 40개의 R&D센터를 운영하며 제품 기술 개발은 물론 미래 기술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비스포크 AI’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제품은 자연어 기반으로 맥락을 이해하고 답해주는 ‘빅스비’, 17.5㎜(7인치)형 터치스크린 기반의 ‘AI 홈’ 등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기술을 선보여 왔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제품에 적용된 음성 비서 ‘빅스비’를 자연어 기반으로 맥락을 이해하고 답할 수 있도록 한층 더 업그레이드했다. 한 문장에 여러 가지 명령을 담아 말해도 가전제품이 각 의도를 이해할 수 있고, 앞의 대화를 기억해 다음 명령까지 연결해 수행할 수 있으며, 기기 관련 궁금증과 답변을 말로 묻고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사용자의 목소리나 위치를 인식해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이스(Voice) ID’ ‘앰비언트 센싱’ 기능도 독일에서 개최된 유럽 가전전시회 ‘IFA 2024’에서 최초 공개했다.

보이스 ID는 목소리로 개별 사용자를 인식해 사생활 침해 우려를 줄이면서도 개인 일정, 관심사, 건강 상태 등을 반영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능이다. 내년부터 기기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나 지금 출근할 거야. 오후 6시까지 집안일 끝내 줘” “저녁 식사로 뭘 해 먹으면 좋을까” 같은 개인화된 명령과 질문에도 기기가 사용자의 의도와 성향을 파악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앰비언트 센싱은 센서를 활용한 위치 기반 서비스다.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 있는 가전의 스크린을 활성화하거나, 로봇청소기가 사용자가 있는 위치로 옮겨와서 음성 알람을 해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글로벌 TV 시장 1위 수성

18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IFA 전시회를 통해 AI 스크린 비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올해 19년 연속 글로벌 1위 수성을 위한 다양한 전략 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높은 투명도와 베젤이 없는 디자인으로 차별화한 ‘투명 마이크로 LED(액정표시장치)’를 다양한 형태로 전시했다. 올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처음 공개한 211형 ‘투명 마이크로 LED’도 유럽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삼성 AI TV 전시 공간에서는 집안 곳곳에 연결된 기기 상태를 대화면으로 확인하고 제어하는 ‘3D 맵 뷰’, 업그레이된 ‘빅스비’로 자연어 기반 맥락을 이해하고 다양한 지시를 한번에 수행하는 AI 음성 기술, 과거 영상을 더욱 생생하게 변환해 주는 ‘AI 업스케일링’, AI로 선명하게 대사를 들려주는 ‘액티브 보이스 Pro’, 사용자가 선택한 조건에 따라 AI로 이미지를 추천해 주는 ‘제너레이티브 월페이퍼’ 등 다양한 기능이 공개됐다.

AI 반도체 속도전

반도체는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차원에서 PC·모바일 제품보다는 HBM, DDR5,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서버 및 스토리지 관련 제품 중심으로 생산을 전환해 운영 중이다. D램은 1b나노 32기가비트(Gb) DDR5 제품을 출시하고 AI 서버와 연계된 고용량 DDR5 모듈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낸드플래시 또한 고용량 ‘V7 쿼드러플레벨셀(QLC) SSD’ 등 서버향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해 수익성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9세대(V9) 제품은 올 2분기 업계 최초 트리플레벨셀(TLC) 낸드플래시 양산에 이어 3분기에 QLC 생산도 시작했다.

CXL(Compute Express Link)에도 주력한다. CXL은 ‘빠르게 연결해 연산한다’는 의미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다양한 장치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보다 빠른 연산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기술 규격이다. CXL 기반의 D램인 CMM-D(CXL Memory Module-DRAM)는 다양한 종류의 프로세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이다. 올해 2분기 CXL 2.0을 지원하는 256기가바이트(GB) CMM-D 제품을 출시하고, 주요 고객사와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CXL 컨소시엄을 결성한 15개 이사회 회원사 중 한 곳으로 메모리 업체 중 유일하게 이사회 멤버로 선정됐다. CXL 기술의 고도화 및 표준화를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