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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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받으러 오신 분들에게 서류 보완을 요청하면 '왜 일을 복잡하게 만드냐''내돈 내가 받으러 왔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막말을 퍼붓는 민원인이 적지 않습니다. 센터에 층별로 '단골 빌런(악성 민원인)'이 한 두명씩 꼭 있어요."

입사 후 1년도 못 버티고 퇴사하는 고용부 직원이 연간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고용노동부 일반행정직 신규채용이 7급과 9급을 합쳐 32명인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인력 손실이다. 과부하 걸린 업무와 급증한 악성 민원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고용부가 대응책으로 꾸린 '악성 민원 대응반'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직기간 1년 미만 퇴직 공무원'의 숫자는 2019년 63명, 2020년 68명, 2021년 70명, 2022년 74명, 2023년 98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다. 4년만에 55.5% 급증했다. 올해도 8월 기준으로 47명이 부처를 떠났다.

고용부는 중앙부처 중 민원처리 건수가 가장 많은 편이다. 지난해 접수 민원 건수만 2453만299건이다. 올해 고용부 전체 정원 8198명이 1인당 3000여건을 다룬 셈이다. 최근엔 실업급여 수급이 증가하면서 실업급여 민원만 1264만건에 달한다.

'특별 민원' 폭증도 원인으로 꼽힌다. 특별 민원이란 폭언·폭행, 성희롱이나 법적근거 없는 반복민원 등 지속적으로 신체·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악성 민원을 뜻한다.

지난해 특별 민원은 3116건이 발생해 2022년 2463건에 비해 27.9% 늘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악성민원만 3만1105건이다. 특히 민원인 A씨는 2019년부터 5년간 무려 3245건의 특별민원을 내는 등 갑질을 저질렀지만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지난해 민원인이 근로감독관을 상대로 낸 고소도 112건에 달한다. 전년도 72건 대비 55.5% 증가했다.

하지만 부처의 갑질 예방 시스템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2023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민원인이 근로감독관을 고소한 총 112건 중 법률지원 건수는 변호사 상담비 지원 1건에 불과하다.

고용부는 지난해 8월 중앙부처 중 처음으로 ‘특별민원 대응반’을 발족시켜 특별민원 발생 직원에게 법적 보호조치를 제공하는 제도를 만들었지만 정작 지난 8월까지 이뤄진 법률지원은 의견서 및 고발장 작성 등 15건에 그친다.

김위상 의원은 “반복적인 악성민원으로부터 일선 공무원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구축돼야 한다”며 "민원인 고발로 수사받는 경우 초기부터 적절한 법적 조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