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 울산 전기차(EV)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 울산 전기차(EV)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되는 ‘빅 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수소에너지, 첨단 물류 시스템, 소프트웨어 중심의 대전환, 인공지능(AI)과 로봇,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이 현대차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동차업계를 선도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글로벌 선두 기업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소 등 에너지 사업자 역할 강화

현대자동차그룹, 수소·첨단물류로 대전환…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한다
현대차그룹은 에너지 패러다임이 수소로 전환되는 미래를 대비해 에너지 사업자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초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수소로의 대전환을 목표로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에이치투)’를 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한다고 선언했다.

정의선 회장
정의선 회장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전(全) 주기에서 맞춤형 패키지를 설계하는 ‘HTWO 그리드(Grid) 솔루션’을 통해 수소 밸류체인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수소 생산 모델을 실증하는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드 아메리카(HMGMA)’에 친환경 물류 체계인 HTWO 로지스틱스 솔루션을 올해 말까지 도입하고 HMGMA를 중심으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한다.

현대차그룹은 나아가 트램, 선박, 경비행기, 발전기, 중장비 등 다양한 분야로 연료전지 시스템 라인업을 확대한다.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탄소 배출 ‘제로(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8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현대차는 완성차 제조를 넘어 다양한 모빌리티로의 확장을 추진해 게임 체인저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에너지 사업자의 역할도 강화해 수소 사회를 실현함으로써 에너지 전환 시기에도 글로벌 톱 티어 리더십을 지속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 교통도 AI로 재정의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를 활용한 첨단 물류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인간 중심의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고자 그룹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1월 소프트웨어 중심의 대전환을 위한 그룹 중장기 전략인 ‘SDx’(모든 것에 소프트웨어 적용)를 발표했다. SDx는 모든 이동 솔루션 및 서비스가 자동화, 자율화되고 끊김 없이 연결되는 것을 뜻한다. 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차량과 플릿(운송·물류·유통 등을 목적으로 하는 차량 그룹)으로 이동 데이터를 축적하고 AI를 접목해 로지스틱스, 도시 운영 체계 등과 연결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SDx 전략의 최종 지향점은 ‘클라우드 트랜스포테이션’이다. 도시 교통을 소프트웨어와 AI 중심으로 재정의해 사람과 디바이스, 그리고 도시 인프라가 연결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AI와 로봇 기술을 제조 시스템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서부 주룽 혁신지구에 있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대표적이다. HMGICS는 자동차 부품이 입고돼 생산 셀로 이송하기까지 모든 물류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물류 통합제어’ 체계에 AI 기술을 활용 중이다.

AAM 개발 박차

현대차그룹의 도심항공교통(UAM) 독립법인 ‘슈퍼널(Supernal)’은 올해 CES에서 차세대 UAM 기체 S-A2의 실물을 최초 공개하고 미래 AAM 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 S-A2는 현대차그룹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eVTOL(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 기체다. 전장 10m, 전폭 15m로 다섯 명이 탑승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UAM 상용화를 위한 첫 실증사업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4월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KT, 현대건설과 함께 전남 고흥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에서 약 5주간 진행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그랜드챌린’ 1단계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현대차는 UAM과 육상 모빌리티를 연결하는 MaaS(다양한 교통수단을 하나의 교통수단처럼 연계해 단일 플랫폼으로 모든 교통수단에 대한 최적 경로 안내, 예약, 결제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UAM을 이용하는 승객이 출발지에서부터 최종 목적지까지 다양한 모빌리티를 연결해 이동하는 과정을 실증했다.

현대차그룹은 기업 및 정부 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슈퍼널은 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BAE시스템스와 협력해 비행 제어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또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 및 미 연방항공청(FAA)과 협력해 지금의 교통 생태계와 AAM을 안정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