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에서 대규모 ‘미분양 아파트 매입확약’을 약속했지만 정작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업장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를 어느 기관에서 공급했느냐에 따라 매입확약 혜택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하는 토지는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 중구 운북동 미단시티 내 토지를 공급받은 업체가 미분양 매입확약을 신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제공하는 미분양 매입확약은 LH가 조성한 공공택지만 대상이기 때문이다. 해당 토지를 공급한 인천도시공사(iH)는 비슷한 지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관리 감독에 따라 부채가 늘어날 수 있는 미분양 매입확약이 아예 불가능해서다.

정부는 ‘8·8 주택공급 방안’에서 수도권 공공택지를 통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며 민간 건설사에 미분양 매입확약을 제공하는 계획(2조원 규모)을 발표했다. 사업성 우려에 착공을 미루고 있는 민간 건설업계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서는 나중에 미분양 주택이 생기더라도 LH가 매입하기 때문에 주택 공급을 앞당길 수 있는 조치라며 반겼다.

그러나 LH가 공급하지 않은 수도권 토지는 사정이 다르다. 지자체 등이 공급한 토지를 분양받은 업체는 미분양 매입확약 등의 지원 대책에서 제외돼 착공을 미루고 있다. 같은 인천에서도 영종하늘도시는 LH가 참여한 사업으로 미분양 매입확약이 적용된다. 이와 달리 인근 미단시티는 지자체가 공급한 까닭에 민간이 주택 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도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주택 공급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국토교통부와 달리 행안부는 부채 관리를 더 중시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도 주택 공급이 더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행안부에서 이를 막고 있어 매입확약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제도 도입 취지에 맞춰 지자체에 권한을 더 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주택 공급을 지원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둬야 한다”며 “지자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부채는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