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땐 주식으로 수익률을 높이다가 중년엔 채권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순자산이 15조원을 넘어서며 급증하고 있다. 올해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10%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리자 연금계좌를 통해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수익률 상위권에 오른 TDF는 주로 미국 증시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자산 배분을 통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TDF에 몰리는 퇴직연금…순자산 15조 돌파

올해 유입액 작년의 4배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TDF로 운용되는 연금자산은 15조3397억원으로 집계됐다. TDF는 은퇴 시점과 생애주기에 따라 자동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펀드다. 청년기에는 성장주와 고수익 채권 등에 집중해 수익률을 높이고,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 배당주와 국채 비중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글라이드 패스’ 전략을 쓴다.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연금 상품으로 운용되는 TDF는 2016년 4월 처음 출시됐다. 2018년 말만 해도 순자산이 1조1000억원에 불과했는데 5년 반 만에 약 14배 불어났다.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 도입 후 성장세는 더 가팔라졌다. 올해 1조4868억원 순유입됐는데 지난해 유입된 금액(3940억원)의 4배에 달한다.

TDF는 가입자가 은퇴 시점을 정해주면 자동 자산 배분 프로그램이 자산별 비중을 조정해주기 때문에 바쁜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TDF는 은퇴 예상 시기에 따라 TDF 2025, 2030, 2035, 2040, 2045, 2050 등 여러 빈티지(은퇴 목표 시점)로 상품이 나뉜다. 예를 들어 2040년 전후 은퇴할 예정이라면 TDF 2040이 적합한 상품이라는 의미다.

원리금보장 상품보다 수익 월등

TDF의 안정적인 수익률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TDF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10.09%로 국내 주식형 펀드(-3.99%)보다 14.08%포인트 높았다. TDF는 2022년(-14.8%)을 제외하면 매년 원리금보장 상품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냈다. 2018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8.1%다.

라이프·은퇴 정보 서비스업체 아이랩에 따르면 전체 TDF 상품 중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TDF알아서ETF포커스’였다. 2030(12.61%), 2045(15.76%), 2060(17.67%) 등 세 개 빈티지에서 1위(1일 기준)에 올랐다.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 전무는 “주식은 미국 성장주 상장지수펀드(ETF)에 환노출로 투자하고 채권은 국내 채권을 편입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NH-Amundi 하나로 TDF’는 2025(11.38%), 2035(13.73%) 빈티지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전략배분TDF는 2040(14.66%) 빈티지에서 1위, 2035, 2045에서 2위에 오르는 등 상위권을 차지했다. 삼성자산운용은 TDF 시장 점유율 15%로 미래에셋자산운용(3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수익률 상위권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영주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는 “TDF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면서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위험을 낮추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