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잇따른 경기 부양책에 랠리를 펼치던 중국 증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중국 경제 사령탑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국경절 연휴 직후인 8일 추가 부양책을 내놨지만 시장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구체적인 부양책이 없다며 ‘투매’로 대응했다. 이 같은 실망감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끌어내렸다.
추가 부양책에 실망…中증시 랠리 급제동

‘투매’로 돌변한 투자자

9일 중국 대표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6.62% 급락한 3258.86에 장을 마쳤다. 선전종합지수 역시 8.15% 떨어진 10,557.81에 거래를 마감했다. 각각 10거래일과 7거래일 연속 오른 상하이지수와 선전지수 랠리는 하루 새 급락세로 전환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도 7.05% 주저앉으며 3955.98에 장을 마쳤다. 홍콩항셍지수는 전날 9.4% 폭락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하루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 1.38% 내린 20,637.24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3조위안(약 596조원)에 달하는 재정 팽창 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내년부터 2000억위안(약 38조원)의 지출을 앞당길 것이라고 전날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경기부양책이 시장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와 HSBC홀딩스는 2조위안(약 380조원), 씨티그룹은 3조위안(약 570조원) 규모의 재정 투입을 예상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8일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 알리바바, 핀둬둬는 각각 7.5%, 6.6%, 5.4% 급락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니오와 리오토도 8% 이상 하락했다.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중국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MSCI 중국 ETF’와 중국 빅테크 기업을 담고 있는 ‘크레인셰어즈 CSI 중국 인터넷 ETF’는 이날 10%가량 급락했다.

원자재주와 화장품주 등 중국 시장과 관련된 기업 주가도 하락했다. 미국 구리 채굴업체 프리포트맥모란은 전날 대비 4.3% 빠졌고, 미국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는 2.2% 하락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달 24일 중국 당국이 시중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등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자 동반 강세를 보여왔다.

정부 부양책 효과 반짝 랠리에 그치나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더 화끈한 부양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내년 예산 일부를 앞당겨 집행하겠다는 계획 외에 구체적인 부양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잇따른 부양책을 통해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중국 당국 기대와 달리 그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4.8%를 기록한 뒤 내년 4.3%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4월 예상치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됐지만 내년 전망은 변동이 없다.

특히 이번 경기부양책이 내수 소비를 개선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디티야 마투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구조개혁을 대체할 수 없다”며 “급여와 부동산 소득 감소에 대한 우려 등을 부양책이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P모간도 이번 부양책이 소비보다는 공급과 투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