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육,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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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저하에 '장기 대책' 없어
소모적 이념 대립 해소가 근본 처방
채선희 중앙대 교육학과 객원교수
소모적 이념 대립 해소가 근본 처방
채선희 중앙대 교육학과 객원교수
지난해 12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관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 장기 추이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한국 하위권 학생들의 성취도가 읽기, 수학, 과학 전 영역에서 지속해서 하락했으며, 하위권 학생 비율도 증가했다. 매년 시행하는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한국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기초학력 하락 우려와 경고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계속됐다. 노무현 정부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제로 플랜’, 이명박 정부의 ‘학력 향상 중점학교’ 정책, 박근혜 정부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한 기초학력 보장 법적 기반 마련, 문재인 정부의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 윤석열 정부의 기초학력 보장 정책까지 국가적 차원의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도 한국 학생들의 기초학력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각 정부는 비슷한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해결 방식과 주안점이 달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다. 특히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는 임기 초반의 안정화 기간과 후반기의 레임덕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로 정책 집행에 집중할 시간은 고작 2~3년에 불과하다는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2007년 시·도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정부와 시·도교육감이 상이한 교육 이념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나 일제고사 방식 등의 정책을 두고 대립과 갈등이 발생해 기초학력 증진과 같은 기본 정책의 안정적인 실현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더구나 17개 시·도교육청도 보수와 진보 출신 교육감이 혼재해 지역별로 상이한 교육철학에 따라 정책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흔들리는 게 현실이다.
오는 16일 치러질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서도 이전과 같이 과도한 이념적 진영 대결이 펼쳐져 향후 기초학력 개선에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이후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총 7차례 민주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정책과 학교 현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사와 학생의 인권 강화, 학교 자율성 증대 등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비해 학교의 민주화가 진전된 점은 큰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 정부 간 잦은 정권 교체로 인해 좌우의 정책이 상호 보완되기보다는 오히려 과거 정부의 정책을 뒤엎으며 5년마다 새로운 정책이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반복됐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진보 진영의 강한 반발을 불렀고,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및 특목고 폐지 정책은 교육부, 시·도교육감, 학부모 간의 법적 다툼을 초래하고 보수 진영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한국 교육계는 5년 단임 정부의 한계와 보수와 진보 간 이념 갈등으로 장기적인 교육 과제를 수행하는 데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기초학력 증진과 같은 과제는 최소 20~30년을 내다보며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므로 5년 단임 정부 체제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다른 정치 이념으로 교육 문제를 다투며 과도한 갈등을 벌이는 동안 교육의 근간인 기초학력은 무너졌다. 교육 현장의 지나친 이념화로 교육 본연의 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교육이 국가의 장기적 미래를 결정하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아니라, 정권마다 등장하는 단타성 정책들로 인해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로 전락하고 말았다.
기초학력 하락 우려와 경고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계속됐다. 노무현 정부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제로 플랜’, 이명박 정부의 ‘학력 향상 중점학교’ 정책, 박근혜 정부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한 기초학력 보장 법적 기반 마련, 문재인 정부의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 윤석열 정부의 기초학력 보장 정책까지 국가적 차원의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도 한국 학생들의 기초학력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각 정부는 비슷한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해결 방식과 주안점이 달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다. 특히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는 임기 초반의 안정화 기간과 후반기의 레임덕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로 정책 집행에 집중할 시간은 고작 2~3년에 불과하다는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2007년 시·도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정부와 시·도교육감이 상이한 교육 이념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나 일제고사 방식 등의 정책을 두고 대립과 갈등이 발생해 기초학력 증진과 같은 기본 정책의 안정적인 실현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더구나 17개 시·도교육청도 보수와 진보 출신 교육감이 혼재해 지역별로 상이한 교육철학에 따라 정책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흔들리는 게 현실이다.
오는 16일 치러질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서도 이전과 같이 과도한 이념적 진영 대결이 펼쳐져 향후 기초학력 개선에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이후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총 7차례 민주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정책과 학교 현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사와 학생의 인권 강화, 학교 자율성 증대 등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비해 학교의 민주화가 진전된 점은 큰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 정부 간 잦은 정권 교체로 인해 좌우의 정책이 상호 보완되기보다는 오히려 과거 정부의 정책을 뒤엎으며 5년마다 새로운 정책이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반복됐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진보 진영의 강한 반발을 불렀고,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및 특목고 폐지 정책은 교육부, 시·도교육감, 학부모 간의 법적 다툼을 초래하고 보수 진영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한국 교육계는 5년 단임 정부의 한계와 보수와 진보 간 이념 갈등으로 장기적인 교육 과제를 수행하는 데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기초학력 증진과 같은 과제는 최소 20~30년을 내다보며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므로 5년 단임 정부 체제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다른 정치 이념으로 교육 문제를 다투며 과도한 갈등을 벌이는 동안 교육의 근간인 기초학력은 무너졌다. 교육 현장의 지나친 이념화로 교육 본연의 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교육이 국가의 장기적 미래를 결정하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아니라, 정권마다 등장하는 단타성 정책들로 인해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로 전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