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노동·교육·연금) 개혁’에선 빠졌지만 공공기관 개혁은 윤석열 정부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다. 최우선 정책목표로 내세운 ‘민간중심 역동경제’ 구현을 위해서도 필수라며 출범 초부터 군살빼기에 공을 들였다. 집권 첫해인 2022년 말 서둘러 ‘공공기관 혁신계획’을 확정하고 밀어붙인 배경이다.

일정 성과도 냈다. 기능 조정, 조직·인력 효율화를 통해 작년 한 해 정원을 1만1374명 감축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11만5000명 급증하는 등 늘기만 하던 직원 수를 14년 만에 줄이는 데 성공했다. “어려울수록 민간·시장 주도로 경제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기관 개혁에 힘을 실어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구조조정에 착수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공공기관들은 확장·방만 경영으로 회귀 중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공기관 184곳(54%)이 정원을 외려 늘렸다. 문재인 정부 때보다 정원을 더 늘린 공공기관도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77곳(23%)에 달한다.

정부의 약해진 공기업 구조조정 의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초 한 채용행사에 참석해 “민간 취업 여건이 어려우니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살을 뺀다면서 채용은 확대하라는 모순된 메시지를 눈치 빠른 공기업들은 몸집 불리기 기회로 활용했다. 우월적 지위의 공공부문이 커지면 민간의 역할과 활력은 반비례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분명한 방향 착오다.

가뜩이나 거대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마당에 정부가 주도할 수 있는 공공기관 개혁마저 등한히 한다면 선진경제 진입은 요원하다. 3년간(2023~2025년) ‘정원 2.8% 감축’이라는 공공기관 혁신계획 달성 플랜을 재가동해야 한다. 아울러 민간중심 역동경제 로드맵 재점검도 절실하다. 감감무소식인 규제개혁, 과잉처벌 개선은 한시가 급하다. 민간기업 구조조정에 감 놔라 배 놔라 개입하고 총수들을 정부 행사에 들러리 세우는 행태도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