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회원 대다수는 두 달 전만 해도 한국은행이 늦어도 10월엔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 첫 금리 인하 시점이 11월로 밀린다고 본 전문가는 2명(10%)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 11월 첫 금리 인하를 예상한 전문가는 8명(40%)으로 4배 늘었다.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됐다.
"가계부채 여전히 부담…연내 2차례 금리 인하 어렵다"

첫 금리 인하 시기 전망 엇갈려

9일 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 설문에서 전문가 20명 중 12명(60%)은 한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을 10월로 전망했다. 오는 11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연 3.25%로 내릴 것으로 본 것이다.

10월 인하를 예상한 것은 내수 부진 때문이었다. 응답자 중 7명(35%)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때 ‘내수 부진 등 침체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지속되는 내수 부진에 대한 우려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1.6%까지 낮아지는 등 인플레이션 걱정이 사라지고 있는 점도 10월 인하의 근거로 제시됐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경로상 금리 인하 명분이 확보됐다”고 했다.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실기론’에 대한 부담도 거론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컷으로 한은에 대한 여론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10월 인하를 점친 전문가들은 한은이 우려하는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에 관해선 정부 대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부동산 급등 현상이 상당폭 완화됐다”며 10월 인하를 지지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위원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져 인하 여건이 충족됐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시점이 11월까지 지연될 것으로 본 전문가(8명)들은 한은이 정부의 주택 정책과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를 조금 더 지켜볼 것으로 예측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9월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더라도 추세적 전환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데이터를 더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석길 JP모간 이코노미스트도 “금융 안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금통위 기자회견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안 꺾이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할 것’이란 취지였다”며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이 둔화하는 기조가 확인돼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상반기 말 금리 전망 평균 2.85%

금리 인하가 11월로 지연될 것이란 의견이 많아지면서 한경 이코노미스트 클럽이 제시한 평균 금리 수준은 지난 8월 조사 때보다 소폭 올라갔다.

전문가 20명 중 12명(60%)은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가 연 2.75%까지 내릴 것으로 봤다. 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내린다고 예측한 것이다. 8명(40%)은 연 3.0%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연 2.50%까지 갈 수 있다고 본 전문가는 지난 조사 때 2명(10%)이었지만 이번엔 한 명도 없었다.

내년 말 금리 수준은 연 2.75%에 머무를 것으로 본 전문가가 11명(55%)으로 가장 많았다. 8명(40%)은 연 2.50%를, 1명(5%)은 연 3.0%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이 내다본 내년 상반기 말 평균 금리 수준은 연 2.81%에서 연 2.85%로 조정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