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운용하는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금 매입을 중단한 지난 11년 동안 경제 규모가 비슷한 다른 국가만큼 매년 금을 매입했다면 150억달러(약 20조원)가량의 평가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OECD 금 보유 비중 평균 24.6%인데…한국은행은 1.2%
9일 한국은행이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104.4t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47억9000만달러 규모다. 외환보유액 전체(4159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다. OECD 국가 평균(24.6%)과 비교하면 20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비슷한 국가 평균(13.5%)이나 명목 GDP가 비슷한 국가(11~20위권) 평균(12.0%)에도 크게 못 미친다. 아시아 국가인 일본(4.4%)과 대만(4.7%)에 비해서도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고점 매입 논란이 일었던 2013년을 마지막으로 금 매입을 중단했다. 반면 OECD 국가들은 매년 평균 54t의 금을 매입해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국제 금 가격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꾸준히 올라 최근 트로이온스당 2685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6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최 의원의 자체 계산에 따르면 이 기간 금을 매입하지 않아 발생한 기회 손실은 최소 67억달러에서 150억달러에 달했다. 외환보유고 다변화와 금융 안정성 확보를 위해 금 매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최 의원의 지적이다. 금은 주식, 채권 등 금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포트폴리오에 일부 포함하면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최 의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금은 안전자산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당장 금을 매입하지 않더라도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지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 사태 등 국제 정세와 금리 인하 이후 미국 달러의 가치 약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은은 금이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는 점을 들어 중앙은행이 투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알려졌지만 국제 정세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은 이자가 없고 가격이 올라도 팔 경우 경제가 불안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어 매각이 쉽지 않다”며 “장기 수익률 측면에서 미국 국채가 금보다 낮지 않고, 더 안전한 자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강진규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