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국내 채권업계 예상을 깬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내년 3월 편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이번에 편입을 조기 확정한 것이다.

예상 깬 '깜짝 편입'…외환시장 개방 덕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채권시장을 개혁하면서 WGBI 편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WGBI를 운영하는 영국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러셀은 이날 편입 배경에 대해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시장 접근성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종합지수, JP모간 신흥국 국채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FTSE 러셀은 △국채 발행 규모(500억달러 이상) △국가신용등급(S&P 기준 A- 이상, 무디스 기준 A3 이상) △시장 접근성 등을 따져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은 2022년 9월 관찰대상국 지정 때부터 정량적 기준인 국채 발행 규모와 국가신용등급은 모두 충족했지만, 시장 접근성이 발목을 잡았다.

WGBI 편입을 위해선 시장 접근성 수준을 2단계로 올려야 하지만 한국의 시장 접근성은 1단계에 머물렀다. FTSE 러셀 측은 편입 조건으로 △외국인 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 시행 △국제예탁결제기구 국채통합계좌 개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IRC) 폐지 등을 요구했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WGBI 편입을 위해 FTSE 러셀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외환시장 마감 시간도 영국 런던에 맞춰 지난 7월부터 새벽 2시까지로 연장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트라우마 탓에 폐쇄적으로 운영돼오던 외환시장을 대폭 개방한 것이다.

그럼에도 골드만삭스와 노무라, 바클레이스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은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이 내년 3월 유력하다고 봤다. 외환시장 구조 개선 대책이 시행된 지 3~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십 번에 걸친 해외 투자자 면담을 통한 설득 과정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WGBI에서 영향력이 센 일본 투자자도 한·일 관계 개선 덕분에 ‘우군’으로 나섰다는 후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월 한·일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본 측의 지지를 당부했다. WGBI에서 일본 국채 비중은 10.17%로 두 번째로 많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