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 회복’ 최우선 순위는 메모리 부문 강화다. 파운드리, 패키징 등 새로운 분야에 인력과 자금을 쏟아붓느라 정작 삼성전자의 본체이자 경쟁력의 원천인 메모리 사업이 약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은 1993년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에 오른 뒤 3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품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메모리 사업 강화에 우선순위를 둔 조직개편 논의에 들어갔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지난 5월 부임한 뒤 HBM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한 차례 조직개편을 한 데 이어 추가 개편에 나섰다.

업계에선 파운드리 사업부 인력 상당수가 메모리 사업부로 옮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위해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파견한 인력들이 국내로 복귀한 데다 평택 P2, P3 등 파운드리 공장의 라인 가동을 일부 중단한 만큼 메모리 사업부에 투입할 인력 여유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배치 인력은 HBM과 6세대 10나노급(D1c) D램 등 최첨단 D램 부서에 주로 투입될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차세대 기술 연구 조직인 반도체연구소의 인력 효율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도체연구소의 메모리, 파운드리 연구개발(R&D) 인력과 각 사업부 개발실 인력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은 우수 인력을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에 고루 분산했는데 지금은 메모리에 집중 투입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